‘인류가 만들어낸 각종 발명품 중에서 인간에게 가장 유용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20여 년 전 영국의 한 과학잡지가 이런 물음으로 조사를 벌였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선정한 결과, 놀랍게도 화장실이 1위에 올랐다. 인간 생활방식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는 이유에서였다. 컴퓨터, 불이 그 다음 순위로 나타났다. 인터넷과 바퀴, 자동차, 비행기, 전화, 레이더 등도 상위권에 랭크됐다. 반면, 최첨단 과학물인 우주선은 전체 86위에 머물렀다.

1960년대 ‘아폴로 우주선’ 시대만 해도 우주비행사에게 식사는 힘든 일이었다. 치약 같은 튜브에 든 음식물을 입에 짜넣어야 했다. 용변은 더 불편했다. 아시아 최초의 여성 우주인으로 기록된 일본의 무카이 지아키 박사는 1995년 한국을 방문, 자신의 우주 체험담을 소개하는 강연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화장실을 꼽았다. 대·소변을 볼 때 흡인장치가 배설물을 빨아들이는데, 무중력 상태임을 깜빡 잊고 장치를 켜지 않는 바람에 낭패를 본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우주 공간에는 중력과 공기가 없기 때문에 물체는 공중에 떠다닌다. 그래서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고도의 기술로 배설물 처리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는 흡입구 위에 앉으면 된다. 부드러운 기류를 이용해 엉덩이 주변을 흡입하고, 체내 배설물이 몸 밖으로 빠져나오게 하는 방식이다.

NASA가 새로 만든 2300만 달러(약 269억 원)짜리 우주화장실을 다음 달 1일(현지시간)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보낸다고 한다. 3.45ｔ 중량의 ISS용 화물이 실린 시그너스 우주선을 쏘아올리는 걸로 어제 전해졌다. 여기에 포함된 우주화장실은 ‘유니버설 폐기물 관리시스템(UWMS)’으로 명명됐다. 현재 ISS에 설치된 것보다 크기가 65% 작고, 무게는 40% 가볍다는 것이다. 더욱이 우주비행사의 배설물을 아래로 내려가게 하는 티타늄 이중 팬, 소변 재처리 장치, 여성을 위한 시설 등이 추가되었다니 그 기술이 놀랍기만 하다. 우주화장실도 갈수록 진화하는 셈이다.

지난달 초 미국의 첫 민간 우주선 비행사들이 발사 후 2개월여 만에 지구로 무사히 돌아왔다. 민간 기업이 우주 왕복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근래 우리나라도 우주를 향한 발걸음이 빨라지는 추세다. 국내 기술로 개발한 한국 최초의 달 탐사 궤도선이 우여곡절 끝에 2022년 8월 1일 발사될 예정으로 엊그제 발표되어서다. 우주 여행시대가 이제는 꿈이 아닌 현실로 점점 다가오는 듯하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