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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눈으로 말하기 /조송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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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07-27 19:21:53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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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오래된 가요의 가사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눈으로 말해요. 살짜기 말해요. 남들이 알지 못하도록 살짜기 말해요.’ 둘만의 사랑의 밀어를 목소리가 아니라 눈으로 나누자는 것이다. 화자의 심정과 상황은 굳이 더 설명을 듣지 않아도 충분히 공감하고 짐작할 만하다.

요즘 일상에서 ‘눈으로 말하기’를 절감한다. 얼마 전 작은 모임에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모두들 마스크를 하고 왔다. 평소 지인들과는 마스크를 낀 채로 주먹 인사를 했다. 근데 그 자리에는 처음 보는 여성이 있었다. 마스크를 낀 채 눈을 보며 주먹을 마주 댔지만 뭔가 부족한 것 같았다. 저도 모르게 마스크를 내리고 ‘목소리’로 인사했다. 상대방도 엉거주춤 마스크를 내려 화답했다. 한편으론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실례를 한 것 같다는 자책이 들면서 눈의 소통 능력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7 : 38 : 55’ 법칙이라는 게 있다. 성공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단어, 목소리의 톤, 얼굴 표정의 비중을 말한다. 이란 출신의 미국 심리학자 알버트 메라비언(UCLA 명예교수)이 1960년대 세운 것으로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는 현재까지 많이 인용된다. 이에 따르면 사람들 간의 의사소통, 특히 감정을 담은 의사소통에는 얼굴표정이 전체의 55%로 가장 중요하다. 내뱉는 단어의 비중은 단지 7%를 차지할 따름이라니 ‘무슨 말을 할까’ 하고 밤을 새는 건 헛고생인 셈이다.

이 법칙을 마스크 쓰기가 일상화된 시대에 적용해보면, 개인 간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하다. 마스크는 전체 얼굴의 3분의 2가량을 가린다. 의사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얼굴 표정을 제대로 읽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게다가 마스크로 인해 목소리 톤과 단어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니 오죽하겠는가.

미국 스탠포드대학 심리학자 장 차이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북아메리카 사람들에게는 소통의 주요 요소인 얼굴 표정 중에서도 특히 입의 비중이 높다. 차이 교수는 북아메리카 사람들은 큰 미소를 가진 사람들을 더 친절하고 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판단한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밝혀냈다. 미소를 전달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입이다. 미소를 전달하는 핵심 얼굴 부위인 입을 가리는 것은 신뢰할 수 없는 사람, 나아가 위협적인 사람으로 비칠 수 있다. 최근 마스크 착용이 필수 생활수칙이 된 상황에서도 구미의 남성들이 마스크 쓰기를 거부하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미소는 친근감과 신뢰감을 판단하는 데 있어 인종과 관련된 얼굴 특징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일상적인 마스크 착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들은 이제 눈과 목소리로 웃는 법을 배우고, 다른 사람들의 눈과 목소리를 더 많이 읽어야 할 것이라는 게 차이 교수의 조언이다.

프랑스 과학자 기욤 듀셴은 19세기 중반 ‘사람 얼굴 표정의 메커니즘(Mecanisme de la physionomie Humaine)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듀셴은 의사소통과 얼굴 해부학의 관계에 매료된 과학자다. 그는 이 책에서 진짜 웃음과 진실하지 않은 웃음 사이의 해부학적 차이점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단순한 미소는 큰광대근(혹은 대관골근)의 수축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입꼬리를 올리려면 기본적으로 이 근육만 있으면 된다, 사진을 찍을 때처럼. 그러나 진정으로 긍정적이고 진솔하며 활달한 미소는 이것뿐만 아니라 눈둘레근까지 수축시켜야 한다. 이 근육은 눈을 바퀴처럼 둘러싸고 있다고 해서 안륜근이라고도 하는데, 눈 깜박임 조절에도 관여한다.

듀셴은 ‘영혼의 달콤한 감정’만이 안륜근을 수축시켜 총체적인 미소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이는 꾸며낼 수 없다고 했다. 이 미소는 ‘듀셴 스마일(Duchenne Smile)’이라 불린다. 눈으로 말하고 진정한 미소를 나누는 게 미덕인 시대다. 꾸미지 않는 진실한 감정으로 안륜근을 수축시켜 긍정적이고 진솔한 미소를 건네 보자.

웹진 인저리타임 대표·동아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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