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의 검찰 재수사 결과가 어제 발표됐다. 2011년 사태 발생 이후 8년 만으로, 책임자 34명이 재수사를 통해 재판에 넘겨졌다. 2016년 첫 사법처리 당시 수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처벌을 피했던 관련자들이 대거 법의 심판을 받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인과응보’라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주무부처 공무원과 해당 기업 간 유착이나 업체의 조직적 증거인멸 혐의도 밝혀졌다니, 새삼 충격을 주고 공분을 느끼게 만든다.

검찰 발표를 보면, 이 사건 또한 ‘인재’나 마찬가지다. 안전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 가습기 살균제가 만들어지고 유통되어서다. 1994년 개발 당시 ‘서울대 흡입독성 시험보고서’ 등의 자료들을 압수 분석한 결과다. 즉, 보고서는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실험용 쥐들의 병변 등을 볼 때 안전성 검증을 위한 추가 시험이 필요하다고 결론 냈지만, 보고서가 회신되기도 전에 제품이 판매되었다는 얘기다. 소비자 건강과 안전을 조금이라도 고려했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유해 살균제를 제조해 시중에 팔았으니, SK케미칼·애경산업 전 대표 등 책임자들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것은 당연하다. 이들이 원료로 사용한 CMIT·MIT 물질은 수사 초기에만 해도 살균제 피해와의 인과관계가 확정 규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해성에 대한 학계 조사자료가 쌓이고 지난해 환경부가 연구자료를 검찰에 제출해 재수사가 이뤄졌다. 그 점에서 이번 결과는 의미가 있고 다행스럽다. 진상규명 방해 행위자를 적발해 기소한 것도 마찬가지다.

그중 환경부 서기관의 행태는 믿기지 않는다. 해당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고 각종 내부 자료를 제공하거나, 수사에 대비해 자료를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니 말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업체들이 안전성 부실 검증과 관련한 자료 등을 은닉했다는 것도 묵과할 수 없는 행위다. 이번에 재수사 결과가 나왔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정부의 과실 부분 등 풀어야 할 의문점이 많아서다. 아울러 8년 넘게 고통 받는 6000여 피해자에 대한 구제도 조속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