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텀블러 사용이 부쩍 늘어난 가운데 일부 제품에서 납 성분이 다량 검출됐다. 한국소비자원이 페인트 코팅 텀블러 24종을 검사한 결과 4개 제품의 용기 표면에서 납이 검출됐으며, 그 수준이 ㎏당 90㎎인 국제 기준치의 최소 44배에서 최대 884배에 이르렀다. 문제가 된 ‘하트 텀블러’ ‘뉴 모던 진공 텀블러 레드’ ‘리락쿠마 스텐 텀블러(350㎖)’ ‘S2019 봄봄 스텐 텀블러’ 등은 유명 커피프랜차이즈나 온라인쇼핑몰, 생활용품점에서 파는 제품이다.

이번에 용기에서 납이 검출된 위치는 음료와 직접 접촉하는 제품의 안쪽이 아닌 페인트로 코팅된 겉표면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용기를 쥔 손으로 납 성분이 흡수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선 겉면이 입술에 직접 닿거나 페인트가 벗겨져 체내로 들어갈 우려도 있다. 캐나다에서는 페인트 등으로 표면이 코팅 처리된 제품에 대해 납이나 카드뮴 같은 중금속 물질의 관리 기준을 설정하고 있고 미국에선 구강 접촉 가능성이 높은 용기 입구 주변에선 납이 아예 검출되지 못하도록 규정을 만들어 놓고 있지만, 우리나라엔 아직 그런 기준이 없다. 텀블러 인기에 힘입어 허투루 만든 제품이 시중에 나돌아도 이를 제어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정부는 카페 등 매장 내에서 1회용 컵 사용을 금지하는 자원재활용법을 마련해 작년 8월부터 시행 중이다. 모 프랜차이즈 커피점에서는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친환경 소비를 유도한 덕분에 텀블러를 비롯한 개인컵 사용이 전년 동기에 비해 배 이상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환경 보호를 위해 약간의 번거로움을 기꺼이 감수하는 소비자들의 선의가 이렇게 배신당하는 상황을 더는 용납해서는 안 된다.

우선은 텀블러를 비롯한 식품용기류의 바깥 표면 성분을 규제할 수 있도록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주무 부처인 식약처가 적극 나서야 한다. 제조사들도 소비자 건강을 우선하는 엄격한 내부기준을 제품 생산에 적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