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인도에 지질답사차 방문했을 때 수도 뉴델리에서 출발하는 열차를 탔는데, 열차 이름이 ‘곤드와나 특급’이었다. 곤드와나는 고생대 말 지금의 대륙들이 하나의 땅으로 합쳐 있을 때에 남반구 대륙을 일컫는 지질 용어로, 인도 중북부 지역의 지명에서 유래하였다.

인도는 고생대 말 남반구의 아프리카에 붙어 있다가 점차 북상하여 현재의 위치로 이동되어 히말라야산맥을 형성하며 아시아 대륙에 합쳐진 땅이다. 이러한 인도의 특수한 지질학적 역사의 일부가 많은 국민이 이용하는 열차의 이름으로 사용된 점은 지질학자인 나에게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여러 나라와 미국과 호주 같은 지질학 분야의 선진국에는 수많은 광물과 암석, 화석 등을 소장하고 전시하는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있다. 이 박물관은 많은 청소년과 일반인이 찾아 지구를 이해하는 살아 있는 교육현장이 되고 있다. 당연히 이들 국가에서 ‘지질’이란 용어는 대중들에게 그리 낯선 말이 아니다. 10년 전 호주의 한 초등학교의 작은 졸업식에서 20여 명의 졸업생 중 2명의 여학생이 졸업 소감을 통해 장래 지질학자가 되고 싶다는 말을 듣고, 호주에서의 지질학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지질’이란 말은 아직은 사회적으로 다소 생소한 말이다.

근래 들어 대중의 관심 속에 세계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소개되는 과학 논문들의 주요 이슈 중의 하나는 ‘지구환경’과 관련된 것이다.

국내의 경우에도 최근 들어 지진과 화산, 기후변화, 싱크홀 등이 우리 삶 속에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오면서 이들 자연 현상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 중의 하나인 ‘지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지질’은 대중에게 점차 익숙한 단어가 되어 가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사회적 추세에 발 맞춰 4년마다 개최되는 지질학분야의 가장 큰 국제학술대회인 세계지질과학총회가 2024년 부산에서 열린다. 부산시와 대한지질학회,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이 공동으로 주관한다. 이와 병행하여 2013년 환경부에 의해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된 부산의 지질명소들을 대상으로 부산시에서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추진 중에 있다.

1990년대 중반 지질학의 지역사회 기여와 고용 기회의 확대를 위해 유럽에서 태동된 지질공원은 2015년에 유네스코의 공식프로그램이 되었다. 유네스코가 추구하는 세계지질공원은 국제적 중요성을 가지는 지질유산들이 발달한 지역으로, 지질유산을 통해서 화산분출과 지진 등의 지질재해, 기후변화, 천연자원의 지속적인 사용, 재생에너지 사용 등과 관련한 교육과 관광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이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운영 목적이 성공적으로 달성될 수 있기 위해서는 아무리 뛰어난 지질유산들이 발달해 있더라도 사람들이 거주하지 않아 경제활동이 이루어질 수 없는 지역은 세계지질공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반면 교육과 관광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대도시들은 대부분 평원 지역이어서 지질유산의 발달이 매우 제한적이라, 지질공원이 형성되기 어렵다. 따라서 대부분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지층과 암석들의 노출이 비교적 잘 보존된 산지와 해안의 비도시 지역에 위치해 있다.

부산국가지질공원은 인구 350만 명의 대도시 내에 산과 강, 바다가 어우러져 천혜의 자연경관이 발달한 가운데 다양한 특성의 지질유산과 생태유산, 고고, 역사, 문화유산 등이 잘 복합되어 있다. 이와 함께 대도시로서의 뛰어난 접근성과 다양한 문화 및 편의 시설 등을 바탕으로 대중적인 지질교육과 지질관광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성공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도심 속의 또 다른 세상 부산국가지질공원’은 이제 우리 부산시민의 보다 폭넓은 관심과 참여 속에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진화해야 한다.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