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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보건의료 인력난과 일자리 창출 /이기효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6-25 20:08:36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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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민 의료비는 2018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7.6%를 차지할 만큼 규모가 크다.

더욱이 생활 수준의 향상과 기대수명의 증가, 급격한 고령화 그리고 ‘문재인 케어’로 대표되는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등 여건 변화로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지고 있다. 머지않아 선진국 수준인 10%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보건의료비 지출이 급증하고 국민의 삶에서 보건의료가 차지하는 역할이 막중해지는데도 한국의 보건 시스템은 국민의 변화하는 욕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개혁 과제가 태산인데, 이 중에서도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보건인력 부족 문제이다.

인구 1000명당 보건의료산업 종사자 수를 비교해 보면 미국 48.3명, 영국 25.4명, 일본 26.6명인 것과 대조적으로 한국은 12.5명에 그친다. 전체 취업자 중 보건의료 분야 취업자 비중의 경우 독일 11.7%, 미국 7.7%, 일본 8.9%이지만, 한국은 3.7%에 불과하다. 한의사를 포함하더라도 임상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3명으로, OECD 평균 3.3명보다 1.0명 적다. 또 간호조무사를 포함한 임상 간호사 수는 인구 1000명당 6.8명으로, OECD 평균 9.5명보다 2.7명 적다. 한국은 소득 수준과 비교하면 보건 인력이 매우 적은 나라이다.

보건 인력의 부족은 양질의 보건 서비스 제공을 어렵게 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동한다. 이른바 ‘3분 진료’와 주치의 얼굴을 보기도 어려운 입원 진료는 인력 부족에서 야기되는 단면일 뿐이다. 보건의료노조의 ‘보건의료노동자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인력 부족으로 환자에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76.6%에 이르렀고, 환자에게 친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무려 82.8%나 됐다. 병원의 인력 부족이 의료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응답 역시 79.8%로 높았으며, 심지어 의료사고 발생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다는 응답도 33.6%로 나타났다.

인력난은 필수적인 보건 서비스의 제공도 어렵게 한다. 농어촌 지역은 물론이고 도시 지역에서도 동네병원 대다수가 만성적인 의사 및 간호사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무자격자 고용과 무자격 의료행위 등 인력 운영의 편법이 발생할 소지가 날로 커지고 있다. 보건 인력은 증가하는 업무량, 높은 노동 강도, 열악한 근로조건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서 비롯된 극심한 과로와 스트레스 탓에 간호사의 이직률은 비정상적으로 높고, 심지어는 과로로 의사가 사망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고용 대란으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온 나라가 아우성치는데 인력난이라니! 보건 분야의 인력난은 국민 건강보호 차원뿐만이 아니라 국가적 핵심 과제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다. 수요가 날로 증가함에 따라 향후 고용 여력이 클 뿐만 아니라, 여성 취업 비중 70%, 상용근로자 비중 80% 이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가 보건 부문 이외에 또 있을까?
보건 인력의 확충이라고 하면 기존 보건 인력의 수를 단순하게 확대하기 위해 의학과, 간호학과, 물리치료학과 등의 대학 정원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더욱 생산적인 방안은 따로 있다.

현재 한국에는 없지만 선진국에는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보건 부문의 직종을 새로 도입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미국이나 서유럽의 경우 보건 부문 전문직종이 60개가 넘지만, 우리나라는 단지 20여 개에 그친다. 선진국에서 이미 그 역할과 효용이 입증된 보건 전문직종을 새롭게 도입하게 되면 인구 고령화, 의과학 기술의 발전, 질병 패턴의 변화 그리고 보건의료 재정 및 서비스 전달 체계의 변화에 부응하여 우리 보건 체계의 혁신을 기할 수 있게 된다. 기존 보건인력 수의 단순 확대정책이 불러올 소모적인 기득권 다툼을 우회하여 실질적으로 적정 보건인력을 확보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보건 부문이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경제의 선순환에 이바지하게 하려면 국민 의료비 지출 확대에 비례하여 반드시 일자리를 함께 늘려야 한다.

고용 확대 없는 의료비 팽창은 사회경제적 대재앙일 뿐이다.

인제대 보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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