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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지속 가능한 부산을 위한 고민 /허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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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6-18 19:19:53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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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세계에서 인구 소멸 위험도가 가장 높은 도시다. 2015년 영국 옥스퍼드인구문제연구소가 한국을 인구 소멸 위험 국가 1위로 꼽았는데 그중에서도 부산이 7대 특별·광역시 중 인구 소멸 위험도가 가장 높은 도시로 조사된 바 있다. 유입되는 인구는 없는데, 빠져나가는 사람은 많다는 말이다. 특히, 청년들이 계속 빠져나간다는 것은 부산에 희망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일자리가 없는 데다 집값마저 비싸기 때문이다.

부산의 주택 보급률이 115%가 될 것이라고 부산시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발표해왔다. 주택 보급률이 100%가 넘으니, 모두 살 집은 있고 남아도는 15%의 빈집만 걱정하면 얼마나 좋겠나.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선택하고 싶은 집은 부족하니 청년은 떠나고 빈집은 계속 늘어난다. 그런 점에서 부산시와 부산도시공사가 추진하는 ‘행복주택 사업’이 반갑다.

‘행복주택’은 취약계층과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공공임대주택이다. 부산의 행복주택 5곳 가운데 가장 먼저 동래역 행복주택이 지난주 입주 신청을 받았다.

그동안 행복주택은 무관심, 입지 문제, 그리고 주변 주민들의 반발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아예 사업 자체가 없던 일이 된 곳이 있으며, 사업 규모가 축소된 곳도 있다. 이와 관련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서면 주변 집값이 하락한다는 인식이 본질인 듯하다.

“부자들은 구김살이 없어, 착하니까.” 영화 ‘기생충’에서 기택의 아내 충숙이 한 말이다. 그런데 누군가 선을 넘으려 하는 순간 부자들은 불편해한다. 선을 넘지 않는 범주 내에서만 허용되는, 가식적인 선량함이다.

물론 자신이 사는 동네에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오는 걸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두 부자라는 건 아니다. 어쩌면 지극히 평범한 소시민이란 점에서 마음이 더 무겁다. 취약계층, 청년층의 주거 문제에 공감하기는 하지만 그게 들어서는 곳이 내가 사는 지역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상생의 길을 더디게 한다.

공간에 대해 고민을 하는 일을 하다 보니 책을 읽어도, 영화를 봐도 공간을 통해 인간을 생각하고 역사를 바라보게 된다.

관객들 스스로 N 차 관람을 독려한다는 영화 ‘기생충’을 보고 나서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하 난쏘공)이 생각난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난쏘공’이 단행본으로 처음 출간된 게 1978년이니 4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난쏘공’은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하면서 생산과 소비 및 분배구조에서 소외당한 가족이 무너지는 모습을 통해 사회구조의 모순을 이야기한 소설이다. 여기서 집은 가족이 하나로 묶일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다. 그 공간마저 지킬 수 없게 된 난쟁이 가족을 통해 우리는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잘살 수 있는 사회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소설의 미학성을 떠나 우리에게 소외계층에 대한 고민을 던져 준 작품이라는 점만으로도 의의는 크다.

문제는 40년이 지난 오늘날 그 고민이 해결된 게 아니라 폭이 더 넓어졌다는 데 있다. 철거 지역과 아파트 건설로 대비되던 ‘난쏘공’의 공간은 영화 ‘기생충’에서 물이 넘치지 않도록 계단 위에 변기를 설치한 반지하 방과 계단을 오르니 스프링클러가 돌아가는 정원이 보이는 유명 건축가가 지은 집과 대비된다. 가지지 못한 자들끼리는 싸워도 빛 한 점 들지 않는 지하 공간에서 싸워야 한다. 지상으로 나오는 순간, 선을 넘는 것이 되어 문제는 복잡해진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난쏘공’의 이 문장은 두고두고 곱씹을 필요가 있다. 선을 넘나들며 이해해야 진짜 착함이다. 아니, 착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기생하게 만드는 것도 죄임을 알아야 한다. 그러니 공생과 상생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봤으면 한다. 최소한의 공간마저도 지키지 못해 부산을 떠나는 청년을 잡지 못한다면 부산의 미래는 없다.

㈜상지이앤에이 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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