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사회 양육’은 시대적 흐름이자 과제다. 아이는 부모뿐 아니라 국가와 자치단체, 지역사회가 함께 키우는 체계를 갖추는 일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보육에 대한 불안과 부담감이 극심한 저출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어려워서다. 아이 낳아 기르기 좋은 사회가 되기 위한 필수적 요소인 셈이다. 부산시가 지난해 10월 내놓은 보육종합대책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 중 핵심적 사항은 맞벌이 부부 등의 아이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시는 이에 따라 올해부터 부산지역 모든 어린이집의 종일반 운영을 의무 시행한다고 당시 발표했다. 공보육 강화 차원에서 시내 전체 1897개 어린이집을 오후 7시30분까지 문을 열도록 한다는 얘기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나오는 오후 3~4시와 부모 퇴근시간 사이의 돌봄 공백을 없애려는 조처였다. 이를 위해 기존 교사의 초과근무 수당이나 전담교사 추가 고용에 따른 인건비 등을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런데 시의 이 같은 약속과 정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애초 발표와 달리 174곳이 종일반 의무 대상에서 아예 빠졌고, 나머지 어린이집들도 의무적으로 운영하지 않고 있다니 말이다. 어린이집 측이 ‘오후 6시 이후에 이용하는 아동이 없다’고 신고만 하면 의무대상에서 제외돼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종일반 신청을 받지 않는 어린이집이 비일비재하고, 이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과 원성이 쏟아지는 게 당연하다.

이래서야 시 보육정책에 신뢰성과 효과가 있을지 의문스럽다. 종일반을 이용하려면 ‘시간 연장형 어린이집’을 찾아야 하는 기존 방식과 달라진 게 거의 없다는 점에서다. 결과적으로 종일반 의무 운영에 대한 정책은 겉만 그럴듯한 ‘속 빈 강정’처럼 보인다. 사전에 충분한 준비 과정이나 현장 협의 없이 시행된 측면이 클 듯하다. 시는 지금부터라도 정책 취지가 살아나도록 개선·보완책 마련에 힘을 기울여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