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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재판의 공개 /조충영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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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6-16 19:48:56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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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제주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피의자의 얼굴, 이름, 나이 등 신상정보가 공개되었다. 이는 국민의 알 권리 및 강력범죄 예방 차원에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등 모든 요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한 것이라고 한다. 제주에서 범죄자의 신상이 공개된 것이 세 번째라고 하는데, 모두 살인죄다. 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데 신상 공개는 가해자 측에 관한 것이다. 피해자에 대하여는 공판 절차에서 자신의 고통을 하소연할 기회를 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사법절차를 통하여 가해자는 그의 행위에 상당한 응징을 받고 피해자는 자신의 억울함을 세상에 알릴 수 있고 그 과정을 지켜보며 우리는 한층 더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할 기회를 받는다.

이렇듯 현대사회에서 재판이라는 사법절차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그 때문에 재판은 공개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유·무죄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결정되고 그 결과로 범죄자는 어떠한 처벌을 받는지 알게 되고 또 그 절차 속에서 피해자 유족들의 고통을 듣고 우리 사회에서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공감도 하게 된다.

우리 헌법도 제109조에서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 다만, 심리는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안녕질서를 방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할 염려가 있을 때는 법원의 결정으로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공개란 누구나 그 재판을 지켜보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일 텐데 현실을 그렇지 않다. 우리 법정은 몇 명밖에 방청할 수 없는 구조다. 재판 방청이 누구나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볼 수 있는 사람은 몇 명뿐이라는 말이다. 게다가 법정 촬영이나 법정을 배경으로 하는 보도는 엄격히 금지되고 아주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미국의 예를 보면 법정에서 재판받는 장면이 그대로 보도되고 심지어 무수한 재판이 TV에 중계되고 인터넷으로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 재판 관련 보도에는 재판의 당사자가 한 명도 등장하지 않고 기자의 입이나, 화면에 비치는 글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어떠한 과정을 거쳐 결론에 이르렀는지는 처음부터 그 재판을 방청하지 않은 사람은 전혀 알지 못한다. 이것을 실질적인 재판의 공개라고 할 수 있을까?

헌법은 판결을 공개한다고 하지 않고 재판을 공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법원이 개인의 신상보호를 위하여 보도나 촬영을 금지하고자 하는 뜻은 알겠으나 너무 지나치다. 누가, 무엇 때문에 재판받는지를 아는 중요한 사건이나, 개인의 신상을 공개하기로까지 한 재판마저 방송이나 현장 보도를 금지하는 것은 심하다.

누구를 위한 재판인가? 범죄가 어떤 사법절차에서 다루어지며 어떤 과정을 거쳐 결론이 나는지와 그 절차에서 피해자나 유족의 호소는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보는 것은 알 권리 실현과 범죄 예방은 말할 것도 없고 준법 의식의 민주적 소양이나 인간적 공감을 보다 성숙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범죄는 자세히 보도되고 그 범죄를 다루는 사법절차나 피해자의 고통에 대한 호소는 알려지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그 범죄만을 뇌리에 각인하게 될 뿐이다. 구성원들에게 범죄만을 각인시킨 사회가 얼마나 각박하겠는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처벌이 이루어지는지를 알지 못하고 피해자의 아픔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법치국가의 수준 높은 성숙한 시민이 되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사람이 될까.
나는 현재 법원의 법정촬영 전면금지는 우리 헌법에 반한다고 생각한다. 몇 명의 사람에게만 방청이 허용된 재판을 과연 헌법에서 말하는 공개재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는 밀실 재판 관여자가 몇 명 더 늘어난 것에 불과하다. 처음 어린이집에 CCTV를 의무화하였을 때 반발이 있었다. 그러나 교사의 프라이버시보다 아이들의 안전이 훨씬 중요하며 이를 감시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시행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요즈음 논란이 되는 수술실의 CCTV 문제도 같으며 재판 역시 같다고 생각한다. 공개 안 된 재판은 밀실 재판이며 밀실 재판의 폐해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다. 재판은 법원의 것만이 아니다.

변호사·법무법인 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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