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유휴항만을 활용한 우암 해양산업클러스터 조성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고 한다. 귀를 의심케 하는 충격적인 일이다. 수년간 노력 끝에 지난해 초 국내 첫 해양산업클러스터로 지정됐고, 그 이후 여러 관련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이라 날벼락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그 이유가 국가추진사업인 ‘2030부산월드엑스포’의 유치 예정지에 부산항 북항 우암부두가 함께 포함된 때문이라고 하니, 어떻게 이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지 황당스럽다.

국무회의에 보고된 부산엑스포 유치 예정지는 우암부두 17만5931㎡와 자성대부두, 신감만부두 일부 등 북항 지역 309만 ㎡에 이른다. 그런데 국제박람회기구(BIE)가 2023년 11월 정기총회에서 2030 개최지를 확정하기 위해 2022년 내 부산 방문실사를 벌일 때, 우암부두에 산업시설이 있으면 감점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부산시는 우암클러스터 조성을 전면 중단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얘기다. 엑스포 유치전에 해양클러스터가 직격탄을 맞은 꼴이다.

물론 엑스포 유치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그렇다고 어렵사리 따낸 국책사업인 우암 클러스터 조성을 아무렇지 않게 전면 중단시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여기에 들어설 마리나 비즈니스 R&D센터와 지식산업센터, 수소선박 R&D센터의 경우 이미 설계를 위한 국·시비 예산과 공사비로 100억 원 가까이 확보된 상태다. 특히 비즈니스 R&D센터는 내년 착공할 계획이다. 이 마당에 사업을 모두 접으면, 일자리 창출 무산은 물론 엄청난 파장과 피해가 생기게 된다.

부산시는 우암부두 대체지 물색이나 대처방안이 쉽지 않다고만 할 게 아니라, 해결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마땅하다. 엑스포 유치 부지가 모자라면, 인근 감만부두 폐쇄시기를 2025년께로 앞당겨 활용하는 것을 비롯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중앙정부 측과의 협의로 심도 있게 모색하는 게 필요하다. 시는 이달 말 우암 클러스터 사업의 중단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데, 그렇게 서두를 사안이 아닌 것 같다. 혹여 졸속 결정으로 국책사업이 무산되는 일은 없어야겠기에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