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달인 5월을 맞아 모처럼 어렵게 시간을 내 가족여행을 갔다. 여행 내내 날씨가 더워 땀이 비 오듯이 흘렀다.

하지만 미리 준비한 기능성 티셔츠 덕분에 찝찝함을 덜 느낄 수 있었다. 기능성 소재여서 속건성이 좋아 금세 쾌적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소재 또한 가벼웠다. 스포츠산업과 과학의 발달을 온몸으로 체험하며 만족감을 한껏 느꼈다.

대부분의 경우 나는 제품을 구매할 때 이미 선호하는 브랜드를 먼저 생각해 놓고 디자인과 기능성을 보는 편이다. 제품의 기능과 품질에 앞서 브랜드의 가치를 더 우선시하는 셈이다.

국내 경제 관련 기관(현대경제연구원 2007)의 연구에서도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 때 50% 이상이 사전에 브랜드를 선정한 후에 제품을 구매한다고 조사된 바 있다. 브랜드의 중요성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위력이 크다.

국가마다 생각나는 대표적인 스포츠 브랜드가 있다. 미국의 나이키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을 앞세워 지금까지도 에어 조던 시리즈가 나올 만큼 인지도가 있는 세계적인 스포츠 메가 브랜드로 자리를 굳혔다.

또 다슬러 형제의 신발공장에서 탄생한 아디다스는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독일 팀에게 우승을 안겨주면서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 1970년 만들어진 축구공 델스타(Telstar) 역시 그해 멕시코 월드컵의 공인구로 사용되면서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도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웃 일본은 아식스와 미즈노를 비롯해 현재에는 데상트까지 글로벌 브랜드로 진입시켰고 중국은 토종 브랜드인 리닝과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공식 유니폼으로 선정된 361°를 앞세워 세계시장으로 도약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서울올림픽(1988)과 평창동계올림픽(2018)을 치르고 월드컵(2002), 세계육상선수권대회(2011), 광주유니버시아드(2015) 등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유치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국가인 데 비해 아직 이렇다 할 토종 브랜드가 없다. 지금이라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스포츠 브랜드를 발굴하고 세계시장 공략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한국을 상징하는 한류와 밀접한 부분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스포츠산업 시장은 나날이 확장되고 있으며 용품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스포츠산업 시장의 15% 이상임을 고려해 보면 한국을 상징하면서 글로벌화된 태권도의 브랜드 가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태권도는 우리나라가 종주국인 유일한 올림픽 정식종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권도용품에서조차 국내 브랜드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우리가 입는 도복은 아디다스, 나이키 등의 외국산 브랜드이며 안타깝게도 이 제품들이 품질 면에서 국산제품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명 브랜드 시장 아래의 틈새시장은 중국에서 생산되는 저가형 도복이 차지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토종 브랜드는 그나마 태권 훼밀리와 무토가 있지만 품질과 선호도 면에서 아직 글로벌 브랜드에 밀리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태권도 산업 규모는 아직 정확한 통계 자료가 없다. 2015 국기원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태권도 산업 시장은 6조 원 규모, 내수는 1조 원 규모로 각각 추산된다. 우리나라 스포츠산업 총매출에서 스포츠용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50% 정도(약 30조 원)라고 보면 태권도용품 시장은 3%로 점유율이 낮다.

지금부터라도 태권도용품 산업을 발전시키고 토종 브랜드를 육성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많은 태권도인의 생각이다. 정부는 태권도 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을 추산치가 아닌 실측치로 제시해야한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육성에 대한 정책과 의지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영산대 태권도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