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변의 사회적기업가들 사이에선 사회적가치지표(SVI, Social value index)에 대한 준비사항이 이슈가 됐다. 우리 기업이 가지는 사회적가치를 공통된 지표로 측정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물음을 비롯해 그렇게 측정한 지표를 활용하는 범위에 대한 논의들이 주를 이루었다. 사회적가치 창출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나누었으니 꽤 유익한 논의임에 분명하다.
사회적가치지표는 2017년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는 조직이 창출하는 사회적 성과들을 측정할 수 있도록 개발된 지표이다. 올해부터는 사회적기업이라면 누구나 활용하고 평가받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심사를 통한 인증제 사회적기업제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누구나 사회적기업임을 천명할 수 있는 등록제로 전환될 예정이기에 개별 사회적기업의 사회적가치 측정에 관한 부분을 공통된 지표로 가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표는 개별 사회적기업이 사회적 성과와 경제적 성과, 혁신적 성과를 창출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14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치로 계량화하기 어려운 내용은 비계량 지표로 측정하도록 나눈 것이 특징이다. 지표를 기준으로 개별 사회적기업의 사회적가치를 측정하여 각종 지원사업의 심사, 사회적경제기업의 투자, 재정지원 등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회적가치지표 도입과 관련한 사회적기업가들의 대처나 준비는 다소 미진한 편으로 보이는데, 필자가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디자인디도 예외는 아니었다. 디자인디는 청년 디자이너들이 가치 있는 디자인을 통해 사회적 목적을 실현한다는 다소 거창한 소셜 미션(사회적 임무 또는 역할)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의 실천에 있어서는 다양한 디자인 활동의 결과물을 포장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지도 꽤 시간이 흘렀으나, 정말로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이 사회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일인지에 대한 고민으로부터는 여전히 해방되지 않은 것 같다. 원래 디자인이 기능적·심미적 요소를 통해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그 무엇을 실체화해내는 일인지라, 디자인이 가지는 일반적인 사회적가치 이외의 ‘그 무엇’을 찾아야 하는 지점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회적가치지표가 본질적 사회적가치에 대한 지향 외에도 다양한 측면에서 사회적 성과를 측정하도록 되어 있다는 점이다. 다른 사회적기업가들과 협업을 통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경험이나, 임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복지 향상을 위한 소소한 활동과 실천들이 사회적가치지표에 녹아들 수 있게 되면서 사회적기업의 사회적가치 창출에 대한 고민의 방향이 어느 정도 잡히게 되었다. 그동안 구상으로 머물렀던 다양한 디자인 캠페인도 진행할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해보고, 좋은 기업이 되기 위한 여러 아이디어도 하나씩 실현해보는 기회로 삼으려 한다.
그동안 우리는 기업의 성과를 매출, 영업이익 등의 경제적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해 왔지만 그것만이 기업의 평가 척도는 아니다. 기업은 사회환원의 책임이 있으며 최근에는 그 책임이 더욱 강조되는 분위기다. 일자리 창출이나 지역사회와의 협력, 기타 사회공헌활동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사회적기업들 또한 마찬가지다. 사회적경제가 활성화됨에 따라 양적으로 성장해 왔고, 개별 사회적기업이 추구하는 사회적가치 외에도 개선해 나가야 할 요소들이 있고 그 실천을 함께 고민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사회적가치지표 덕분(?)에 사회적기업으로서의 사회적가치 창출에 대한 고민을 한 번 더 해보게 된다. 사회적가치지표가 사회적기업의 사회적 가치 지향성, 지역사회와의 협력, 기업문화의 개선, 혁신을 위한 노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측정할 수 있도록 해두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떠올린다. 단순히 지표를 채우기 위해 준비한다기보다, 정말 좋은 기업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일련의 활동이 모두 지표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보면 사회적가치지표로 평가받는 일이 그리 막연한 일은 아닐 것이다.
사회적기업 디자인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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