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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뉴트로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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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팬덤을 일으키는 방탄소년단보다 국내 주요 음원 차트에서 높은 순위에 오른 노래가 있다. ‘잔나비’라는 남성 5인조 밴드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이다. 잔나비의 음악은 요즘 유행하는 힙합이나 아이돌 댄스곡과는 확연히 결이 다르다. 가사 리듬 멜로디는 물론 뮤직비디오까지 1980, 90년대 산울림 이문세 신승훈을 떠올리게 한다. 재미있는 것은 멤버 다섯 명 모두 92년생(잔나비띠)으로 이런 노래를 듣고 자란 세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의 과거 회고, 이른바 뉴트로 감성을 잘 반영한 밴드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뉴트로 바람은 상표에도 불고 있다고 한다. 옛 정취 물씬 나는 ‘~당’ ‘~옥’ 등 복고풍 이름을 가진 상표 출원을 말한다. 최근 특허청 집계 결과 음식점 등에 붙인 ‘~당’ 상표의 경우 출원 건수가 2009~2013년 5년간 118건에서 2014~2018년엔 288건으로 2.4배 늘었다. ‘~옥’ 상표도 같은 기간 167건에서 317건으로 1.9배 증가했다.

‘뉴트로(New-tro)’는 ‘뉴(New)’와 ‘레트로(Retro)’를 합친 조어이다. 새로운 복고라는 의미쯤 된다. 작년 극장가를 강타한 영화 ‘보헤미안 렙소디’의 인기나, 한때 한물 간 브랜드로 취급받던 휠라(FILA)가 20년 전 디자인을 재출시해 울퉁불퉁하고 투박한 외양이 특징인 어글리 슈즈의 유행을 선도하는 현상이 여기 해당된다. 가전제품과 식음료 업계에서 수십 년 전 유행했던 제품을 다시 내놓는 것도 마찬가지. 배우 전지현을 앞세운 모 스포츠 브랜드의 CF만 봐도 워크맨과 롤러스케이트를 등장시켜 90년대 감성에 노골적으로 호소한다.
지금까지의 복고는 주로 과거를 기억하는 세대가 소비의 주체가 됐을 때 일어났다. 하지만 뉴트로는 양상이 좀 다르다. 회고의 주체가 과거 세대가 아닌 2030, 즉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생)이다. 물질적 풍요에 익숙한 디지털 세대가 옛것인 아날로그 방식에서 매력을 발견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낡고 불편하고 불완전한 것들 속에서 매끈하지만 빈틈이 없는 디지털에 지친 마음을 위로받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옛날이 좋았다’는 심리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현재에 대한 불만이나 체념이 들어있게 마련이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해 ‘삼포세대’라고도 불리는 밀레니얼 세대가 저성장 시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이런 방식으로 표출하고 도피하려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문제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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