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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일본 여성의 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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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오래 생활했다는 영국 출신 기자가 한국인을 표현한 말의 일부다. 우리나라 사람의 독특한 성향이 적절히 담겨 있는 것 같아 아직도 기억하는 말이다. 제일 기억에 남은 표현은 ‘한국인은 강한 나라 사람에게 꼭 놈 자를 붙인다. 미국놈 왜놈 되놈 러시아놈 등. 무의식적으로’였다. 또 다른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일본을 발톱 사이 때만큼도 안 여기는 나라다’라는 말도 한국인의 특징을 잘 표현한 것 같았다.

   

처음 접한 게 10년도 더 지난 것 같은 이들 말을 갑자기 다시 떠올린 것은 나루히토(59) 새 일왕의 즉위 뉴스를 보고서다. “참, 일본에는 아직 왕이 있지. 같은 유교 문화권인데도 한·중·일이 참 다르구나. 동양 문화의 종주국인 중국에서조차 왕이 없어져 역사가 된 게 언제인데 아직도…”라며 새삼스러운 생각을 했다. 상징적이지만, 전통을 보존하고 있는 일본이 부럽다는 생각도 잠깐 했다. 조선 왕실에 대한 흔적조차 찾기가 힘들어진 우리의 사정과 대비된 탓이다.

하지만 곧바로 한국이 일본보다 역동적이고 창조적이라는 생각의 반전으로 이어졌다. 중국과 한국은 ‘인’과 ‘효’를 강조하며 문치와 덕치를 숭상한 나라다. 하지만 일본은 ‘충’과 ‘의’에 기반한 무력과 힘을 숭상하는 나라였다. 이런 차이로 일본은 엄격한 상하 위계질서가 무너지지 않고 지켜질 수 있었다. 지진과 같은 재난이 많은 자연 특성도 이런 기존 질서를 유지하는 데 한몫했을 것이다. “질서를 유지해야만 하는 일본과 달리 질서를 허물어야 했던 한국이 훨씬 더 창조적이야.”

이런 차이는 새 왕비의 이야기에서도 묻어난다. 마사코(55) 새 왕비와 외동딸 아이코(18) 공주는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을 직접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성인 남성 왕족만 참석한다는 일본 왕실의 전범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여성은 일본 왕이 될 수도 없게 돼 있다. 이웃나라 한국에서는 여성 대통령도 배출됐는데. 그만큼 보수적이고 남존여비 사상이 심한 게 일본이다. 여기에는 내전이 심했고 힘 센 남자가 부족했던 전 근대 일본의 역사적 배경도 작용했을 것이다. 일본 여성은 종족 보존을 위해 더 많은 희생을 요구 받았을 법하다.

일본 역시 변화가 없는 사회는 아니다. 더딜 뿐이다. 요즘 일본에서도 왕실전범의 개정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새 왕비와 공주의 즉위식 참석을 막은 것 역시 ‘여성 덴노(天皇)제’ 도입 논란에 불이 붙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 보수 정부의 의도가 반영됐다고 지적한다.


정순백 논설위원 sbj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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