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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소리] 노동절, 누구에게나 뜨거운 날은 아니다 /하정은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4-23 19:23:49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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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4월의 끝을 바라보고 있다. 다음 주면 우리는 새로운 달인 5월을 맞이하게 된다. 새달의 첫날인 5월 1일은 노동자들이 노동 권리 향상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날이다. 수많은 노동자의 외침,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노동자들의 열망이 모여서 그런 것일까.

해마다 5월의 첫날 수많은 노동자가 모인 광장은 뜨겁기만 하다. 하지만 그 뜨거움에서 조금만 시선을 돌려보면, 그 뜨거움에 섞일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나에게는 잊을 수 없는 노동절의 기억이 있다. 2년 전인 2017년 5월 1일. 그때 나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노동을 하고 있었다. 내가 일하고 있던 편의점 근처에서는 노동절 집회가 열렸다. 그때 당시 나는 청년 노동조합의 조합원이었고, 그 집회에 함께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아니 어쩌면 노동절 집회를 빌미로, 법적으로 정해진 며칠 안 되는 유급휴일을 누리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 나는 그 뜨거움에 섞일 수 없었던 한 명의 노동자였다.

그날은 유독 손님도 많았다. 정신없이 계산을 했고, 물건을 정리했다. 내가 정신없이 편의점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뜨거움 가득한 노동자들은 행진을 시작했다. 나는 편의점 앞을 지나가는 수많은 깃발과 그 속에 있는 나의 동료들, 노동자들을 멍하니 내다보았다. 그 뜨거움과 나는 채 100m도 되지 않는 간격을 두고 있었지만, 어쩐지 그날은 그 간격이 너무도 멀게 느껴졌다.

노동절은 노동자들이 노동 권리 향상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날이기도 하지만, 법적으로 정해진 유급휴일이다.

한 취업포털에서 ‘2018년 근로자의날 근무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참여자의 36.9%는 ‘휴무’, 49.7%가 ‘근무’할 것이라고 답했다. ‘근로자의날’ 일하는 이유로는 ‘회사의 강제 근무 요구’(40.1%)가 압도적인 1순위에 올랐다. ‘근로자의날’ ‘근로’에 대한 보상에 대해 물은 결과, 무려 64.5%가 ‘아무런 보상이 없다’고 답했다. 5월 1일은 유급휴일이라고 법 조항에 적혀 있지만, 10명 중 5명의 노동자에게 그 법 조항은 아무런 의미 없는 글자들일 뿐이다.

그들에게는 법 조항과 내 삶의 간격이 그날따라 더 멀게 느껴졌을 것이다. 어쩌면 법 조항과 내 삶의 간격만큼이나 창밖에 ‘오늘 회사를 쉬고 나온 다른 사람들’과도 간격을 느끼지 않았을까. 노동절 집회의 뜨거운 외침과 편의점 속 필자의 간격이 멀었던 것처럼 말이다.

노동절, 그 뜨거움 속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또 있다. 바로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노동절에도 어쩔 수 없이 일하는 청년들을 부러워한다. 일을 하고 싶지만 하지 못하고 있는 청년들에게는 노동절에 일을 하는 다른 또래들과 간격이 느껴졌을 것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과 노동절이 유급 휴일인 사람들과의 간격은 또 얼마나 멀까. 항상 최대치를 찍었다는 청년 실업률, 그 속에서 하루하루 취업을 위해 노력하는 청년들에게 노동절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올해 5월 1일은 129주년 노동절이다. 129년 동안, 많은 노동자의 투쟁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노동절이 유급휴일로 법 조항에 담긴 것도, 노동자들의 뜨거운 투쟁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5월 1일이면 뜨겁게 노동자의 권리를 외치고 있다. 우리 모두의 노동권 향상을 위해, 그 뜨거운 외침은 계속되어야한다.

하지만, 여전히 그 뜨거움과는 한 발 떨어져 있는 많은 청년, 노동자가 있다. 노동절에 쉬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 노동절에 쉬지 않아도 되니 일하고 싶다는 청년들. 그들에게는 어쩌면 노동절은 아직도 차가운 겨울일지도 모르겠다.
차가운 겨울을 깰 수 있는 것은 광장 속의 뜨거운 외침일 것이다. 우리 모두가 더 나은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올해 노동절에는 나부터 뜨거움을 가져보아야겠다.

부산청년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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