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의제로 채택된 이후 4차 산업혁명이란 개념이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많은 논의의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이제는 논란의 여지없이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았다. 3차 산업혁명이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인간과 사물을 연결해줬다면,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사람, 사물, 공간을 연결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난해한 개념이지만 어쩌겠는가? 친숙해지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불편한 삶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특히 개인을 넘어 지역경제, 국가경제로 범위를 확대하면 이는 불편한 수준이 아니고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부산 경제는 1990년대 중반까지 신발 섬유의 경공업이 주도했고, 이후에는 자동차 조선 철강 등의 중공업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경제성장의 핵심동력인 제조업의 발전에는 산업단지라는 든든한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런 제조업의 생존환경도 4차 산업혁명과 함께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인프라와 시스템이 필요해졌다. 결국 제조업의 기반인 산업단지가 변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산업단지를 변화하는 방법으로는 기존 산업단지의 재생과 새로운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부산의 산업단지 환경을 살펴보면 현재 23개의 산업단지 중 21곳이 제조업 중심의 일반산업단지이고, 나머지 2곳은 실수요자가 개발한 소규모 산업단지이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첨단산업단지가 필요한데 아쉽게도 현재 부산에는 판교의 테크노밸리 같은 첨단산업단지는 없다. 기존 산업단지를 재생하려면 입주업체의 이전이 필연적이다. 업종 특성상 중후장대산업 또는 환경 관련 업종이 많아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새로운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부산에 필요한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려면 전제 조건이 따른다. 부산의 미래먹거리인 블록체인, 핀테크, 드론, 지능정보, 클린테크산업과 같은 첨단 기술을 육성할 수 있는 메카가 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의 대거 유입은 필수적이다. 퇴근 이후 삶, 쾌적한 정주환경 등 워라밸이 근로환경에 주요 요인으로 꼽히면서 도심과의 접근성은 매우 중요하다. 강서구 산단은 깨끗하게 정비돼 있지만 도심과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도심지역에 부산경제의 미래를 이끌 대규모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해야 한다. 그러나 부산 도심은 충분한 부지면적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센텀 2지구가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센텀 2지구는 시의회, 시민단체 등에서 제기한 문제에 속 시원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 부산시의 개발제한구역 해제 심의 요청에 중앙도시계획위원회가 지역사회의 공감대 형성, 녹지율 상향, 산업시설용지 비율 상향 조정 등의 보완을 요구하며 심의가 보류된 상황이다. 여기서 아쉬운 점은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돼 4차 산업혁명의 전진기지로 확장이 가능한 센텀 2지구의 미래가치가 퇴색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특혜부분은 개발 종료 후 적절한 개발이익 환수를 통해 공익성을 확대할 수 있어 전향적인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산이 1990년대 초반 국가산업의 중심이 중화학공업으로 넘어가고 있음에도 경공업 위주의 경제구조를 탈피하지 못하고 산업전환의 적기를 놓치는 바람에 오랜 기간 힘든 시절을 보낸 쓰라린 경험이 있다. 4차 산업혁명 속에서 부산경제가 살아남는 방법은 변화의 적기를 놓치지 않고 대비하는 것이다. 부산의 4차 산업혁명을 이끌 메카로서 센텀 2지구 개발의 적기는 지금이다. 추진 과정에 드러난 문제점들은 적법하게 시정해 교각살우의 격언처럼 사업추진 자체를 지체하거나 막아서는 안 될 것이다.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은 것이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부산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