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같으면 동네 구석구석에 하나쯤 자리하고 있던 목욕탕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한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형 찜질방 등장 등 목욕 문화가 많이 변화하면서다. 당연히 위기에 내몰린 영세 동네 목욕탕의 폐업이 줄을 이을 수밖에 없었다. 세상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고령층이 많이 사는 원도심에서는 그리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목욕을 한 번하기 위해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먼 길을 가야 하는 불편이 큰 까닭이다.

이 때문에 부산지역 원도심을 중심으로 ‘구립 목욕탕’ 건립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중구는 2016년부터 검토를 시작해 구립 목욕탕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올해 안으로 개장을 할 계획이다. 사상구 또한 목욕탕이 크게 줄어든 학장동에 구립 목욕탕을 짓기 위한 타당성 검토 용역을 진행 중이다. 이들 지역은 부산의 대표적인 원도심으로 꼽히며 고령층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해당 지자체가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오랜 민원을 적극 수용한 것이다.

사실 농어촌 지역은 오래전부터 정부와 지자체 등 지원으로 다양한 공중 목욕탕 시설이 들어서 있다. 물론 대도시가 농어촌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원도심의 경우 고령층의 목욕탕 이용 불편도 그에 못지 않다는 게 주민들 목소리다. 이미 서울의 대표적 원도심 지역 곳곳에서 잇따라 구립 목욕탕을 건립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부산의 구립 목욕탕 건립 움직임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구립 목욕탕 건립이 지자체의 선심성 사업이라는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그렇게만 볼 일이 아니다. 고령층 등을 위한 복지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부산은 원도심을 중심으로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 중이다. 구립 목욕탕의 수요가 얼마든지 있다는 이야기다. 이제 첫걸음을 뗐지만 의미 있는 성과가 있길 기대한다. 필요하다면 원도심을 낀 다른 지자체도 이를 적극 검토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