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임시국회의 파행이 심각하다. 과거부터 늘 봐왔던 행태라 해도 정도가 지나치다. 문재인 정부 2기 인사 등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민생 현안과 주요 쟁점 법안에 대한 심의가 첫발조차 떼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기야 지난 8일 소집된 이래 열흘이 넘도록 의사일정도 합의되지 않은 상태다. 이대로 가면 다음 달 7일 회기 마지막까지 본회의 한 번 열지 못한 채 문을 닫게 될 거라는 우려가 나올 만하다. 이러고도 의원 세비를 받는다는 건 후안무치이자 어불성설이다.

지금 국회에는 시급히 처리해야 할 민생·경제 관련 법안이 산적해 있다. 미세먼지 대책과 산업현장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의 근로기준법 개정안, 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편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안,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데이터경제활성화 3법 등이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되기는커녕 먼지만 쌓이는 형국이다. 강원지역 산불과 포항 지진 등 재난 관련 추경예산안도 오는 25일 제출될 예정이지만, 여야 간 입장 차이로 난항을 겪을 게 불 보듯 뻔하다.

더욱이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청와대의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 강행에 반발해 장외 투쟁까지 벌이니 정국이 더 꼬인다. 여기에 여야 4당이 추진 중인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법안의 패스트트팩(신속처리안건 지정) 문제는 또 다른 뇌관이다. 패스트트랙에 올려지면 한국당이 국회 보이콧 불사를 공언해서다. 협상과 대화를 계속해도 힘든 판에, 이처럼 온통 정면 충돌하는 국면이니 암담하기 그지 없다. 민의의 전당은 고사하고 극한 정쟁만 판을 치는 꼴이다.

이 같은 현상은 아무래도 여야의 내년 4월 총선 전략과 무관하지 않을 터다. 각기 총선체제로 전환해 지지층을 규합하려는 의도이니, 타협의 공간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 있는 셈이다. 이래서는 여야가 당략에 몰두해 민생을 내팽개친다는 비난을 받고도 남는다. 더구나 산적한 법안을 제대로 검토하려면 밤을 새워도 모자랄 텐데, 국회를 공전시키는 것은 직무유기나 마찬가지다. 여야는 국회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머리를 맞대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