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과학기술처 발족을 기념해 1968년 4월 21일을 ‘과학의날’로 정하고 국가기념일 행사를 시작한 지 올해로 52년이 되었다. 과학의날은 과학 기술의 중요성을 높이고, 국민 생활의 과학화에 기여하여 왔다. 하지만 아직도 과학기술이 어렵다고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과학기술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인류사회의 진보와 행복에 공헌한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오늘날 인류는 과학기술의 은혜 없이는 하루도 살기 힘들다. 17세기의 과학기술 혁명으로 인간은 고된 노동으로부터 해방됐다. 19세기 말은 기술을 매개로 하는 과학과 산업이 밀접하게 일치화된 시대였다. 지난 100년은 인류가 새로운 삶의 형식을 강하게 추구해 인간의 삶의 질이 급격하게 향상된 세기였다. 현대 과학은 기술을 통해 인공적 기능 확대로 나아가 물질의 영역에서 생명의 영역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과학기술은 인간의 정신 영역까지 파급되고 있어 많은 사람이 과학기술의 발전을 불편해하고, 절대적인 신뢰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전통적인 농업 국가에서 공업 국가, 산업국가의 틀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이후이다. 약 50년에 걸친 산업화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압축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정부가 과학교육과 기술산업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덕택이다. 1960, 70년대 부산은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이끌어가는 중심지였다. 삼성 LG 대우 같은 대기업이 부산에서 출발했고, 울산공업 단지도 이 시기에 조성됐다. 당시 부산은 우리나라 제조업의 16.6%를 담당했고, 수출의 26.3%를 차지했다. 이런 기반 위에 중화학공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더해져 오늘날 세계가 놀라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토대가 되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부산은 조선 자동차 원전 등 산업기자재 생산기지로, 국내 제조업의 30%가 모여 있는 고도 성장도시였다. 그러나 최근 10여 년간 조선 자동차 해양 등 부산지역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되어, 지역의 산업과 경제가 위험 수위에 놓여 있다. 위험 신호는 이것뿐만 아니다. 부산은 우리나라에서 합계출산율과 고령화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도시이고, 15~59세 청장년층 취업자 수 감소가 최근 4년간 13만여 명으로 전국 1등 도시가 되었다. 저출산과 고령화 추세가 지속되면 노인 빈곤층 증가에 따른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사회적 비용이 늘어 부산의 인구유출 문제와 함께 부산의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21세기 우리나라는 글로벌 이슈인 기후변화, 자원고갈, 식량 문제와 함께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 빈부 격차와 환경오염의 심화,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의 발달에 따른 일자리 소멸 같은 복합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가 성숙하면 인구 구성뿐 아니라 가족 및 사회 구성에도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과학기술은 인간의 인지적 처리기술을 대체하는 새로운 길을 의미한다.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도 지역 여건에 맞는 방향으로 산업구조 재편이 불가피하다. 이 단계에서 과학기술에 기반한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과학기술 교육의 혁신이 절실하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의 사정을 고려하면 수도권보다 지방이 미래에 대비한 과학기술에 대한 기획과 투자를 추진하기가 어려운 것은 불문가지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은 인재다. 인재는 교육에서 나온다. 상상력과 창의력, 융합형 사고를 가진 인재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인 만큼 어릴 때부터 창의성 계발을 고민해야 한다. 대학도 단순한 지식 전달에서 벗어나 핵심기술을 배우는 교육으로 변해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는 과학기술의 변화와 산업계의 수요에 관한 구체적 정보를 대학에 제공하고, 대학은 창의적인 연구, 가치 지향적 융합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마련해 미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를 배출하는 혁신적 교육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지역 산·학·연 주체가 함께 협력해 과학기술 기반의 창의인재 양성과 일자리 창출로 미래 지식기반경제 체계 구축에 매진하기를 기대한다.

㈔한국과총 부산울산지역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