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아껴 쓰야 하는 자취생들은 밥 한 끼 챙겨 먹을 때도 오만 가지 생각을 하게 마련. 이런 이들이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면 늘 빠지지 않고 나오는 추천 식품이 있다.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만족도)’가 아주 훌륭하다는 참치 통조림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인터넷에는 참치 김치찌개, 참치 볶음밥, 참치 샐러드처럼 참치 통조림을 이용한 음식 조리법이 수도 없이 올라와 있다.

이 제품의 인기가 워낙 많다 보니 엉뚱한 의문도 줄을 잇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용기 안에 들어 있는 기름을 이용하면 촛불 대용품이 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정답은 “그렇다”다. 몇 년 전 모 방송사가 참치 통조림에 구멍을 뚫은 뒤 종이 심지를 꽂고 불을 붙이는 실험을 해봤더니 상당 시간 주위를 밝힐 수가 있었다.

최초로 참치를 통조림으로 만든 나라는 노르웨이다. 그 전에는 연기로 살균한 참치를 유리병에 담아 처리했으나 1970년대 후반 통조림 제품을 유통시키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2년 동원산업(현 동원 F&B)이 처음으로 시중 판매를 시작했다. 지금은 여러 회사가 생산을 한다.

음식업계에서는 참치 통조림 보급이 참치 대중화에 큰 역할을 했다고 단언한다. 그전까지 우리나라 원양어선이 잡은 참치는 전량 일본을 비롯한 외국으로 수출됐다. 물론 부산 동삼동 패총의 신석기 유적에서 참치 뼈가 나온 것으로 미뤄볼 때 조상들도 오래전부터 참치를 먹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적어도 1980년대까지는 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생선이 아니었다.

국내 참치 통조림 산업에서 선구자 역할을 했던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이 지난 16일 물러날 때가 됐다며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업계에서는 부산수산대(부경대 전신) 어로학과를 졸업한 그를 한국 원양산업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인 기업인이라 평가한다. 그는 1991년 장남에게 주식을 증여하면서 62억 원의 세금을 자진 납부해 재계의 모범 사례가 되기도 했다.

당시로서는 시장성이 불투명했던 참치 통조림 생산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김 회장은 “고단백·저지방의 영양 덩어리인 참치를 국민에게 저렴하게 제공하겠다”는 생각이었다고 여러 차례 술회한 바 있다. 그동안 동원에서 만들어 판 참치 통조림 물량이 지구를 12바퀴 반이나 돌 수 있는 62억 개라니 그의 의도가 아주 틀린 것은 아닌 셈이다. 그런 까닭에 재계의 평판과는 별개로 소비자들은 김 회장을 참치 통조림을 ‘국민 음식’으로 만든 인물이라고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