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이는 일상 중 잘 쓰는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청년 시절 친구들과 장난치며 많이 했던 말이기도 하다. 특히 직장 상사를 놓고 뒷담화할 때 주로 많이 했던 기억도 있다. 그때는 군자 또는 대인과는 정반대되는 소인배라는 의미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찌질이란 말의 사전적 의미는 개인적으로 생각했던 뉘앙스와 좀 달랐다. 소속된 집단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겉도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돼 있었다. 그 의미는 갈수록 확대돼 별 볼 일이 없는 초라한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요즘 인터넷이나 청소년 사이에서는 ‘가난하게 산다, 가난한 티를 낸다’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미묘한 어감의 차이는 있어도 크게 보면 대인 관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을 칭하는 말이다.

이제 찌질이란 말을 함부로 쓰면 안 될 것 같다. 최근 법원의 판결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공공기관의 한 간부가 해임된 주요 사유는 부하 직원에 대한 상습적인 언어 폭력이고, 그중 즐겨 했던 말이 찌질이였다. 물론 해임 사유에는 성희롱 등이 더 있었다. 그는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 신청 기각 결정을 취소하라’고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대상이 된 직원들의 인격이나 정신적 건강, 근무 효율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찌질이란 말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사람이 있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은 ‘손학규 찌질이’ 발언으로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1년 정지의 징계를 받았다. 그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4·3 보궐선거를 앞두고 창원에 숙식하며 선거운동을 하던 손학규 대표를 “찌질하다”고 말하면서 논란이 됐다. 이 밖에 그는 “아무것도 없이 그냥 나 살려주세요 하면 짜증나요” “완전히 벽창호” 등의 발언도 했다.

이런 이 의원의 발언은 정치적 이해득실을 고려해 의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화제의 인물로 부각시키거나, 마음 떠난 당의 징계를 유도한 말일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말 한마디 그냥 하는 법이 없는 게 정치인이 아닌가. 징계 처분 후 그가 “찌질함의 끝이 어딘지 참 한심하다. 뒤끝 작렬이다”라고 비판한 걸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영화나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 오버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도 사전적인 의미만 놓고 보면 이 의원 역시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 같은 측면이 있어 하는 말이다. 물론 지극히 자의적인 해석이다.

정순백 논설위원 sbj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