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는 때이다. 해빙기에는 지반의 강도가 약해져 도로변 절개지나 주택가 축대가 붕괴되는 일이 흔히 발생한다. 지반의 동결과 융해가 반복되면서 미세한 변형이 해마다 누적되어 장기적으로는 사고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이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해빙기의 전국 안전사고는 최근 10년간 통계치로 45건에 달한다고 한다. 부산시도 예외는 아니다. 해빙기에 종종 안전사고가 발생한다. 최근 발생한 승학산 낙석사고도 절리의 발달이 심한 풍화암으로 형성된 지반에서 볼 수 있는 해빙기 안전사고 중 하나다.

안전사고로 보자면 자연재난뿐만 아니라 각종 사회재난 발생도 끊임없이 일어난다. 그 양상은 더욱 복합화·대형화되는 추세다. 예측이 불가능한 갑작스러운 사고도 일어난다. 통행량이 많은 번영로 고속도로에 대형 싱크홀이 발생하는가 하면, 대형 선박인 씨그랜드호가 광안대교와 충돌한 사고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사고다.

최근 들어 신종 재난들도 우리를 괴롭힌다. 미세·초미세먼지가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며 아파트에 붙인 화강석에서, 안방침대에서 라돈 방사선이 기준치 이상으로 나와 우리를 불안하게하기도 한다.

재난은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예고가 없다. 그래서 예방이 제일이다. 부산시는 안전사고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주요 시설물이나 취약지역에 각종 안전점검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점검결과 필요한 조치는 즉시 대응하고 있다. 위기상황을 가정하여 대응훈련도 실시한다.

지난 2월 18일부터 오는 19일까지 시행 중인 국가안전대진단에 대한 시민의 관심도 절실하다. 이번 대진단은 중앙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 전문가 등 합동으로 위험시설 안전점검을 실시한다. 또한, 시와 구·군에서는 일반주택, 다중이용시설 등 유형별 자율점검표를 제작·보급해 시설관리자가 자율점검을 실시하고 있어 국민 모두가 사고에 대비하여 참여하는 안전점검이라 할 수 있다. 시설물 자율점검, 점검표 게시 등 국가안전대진단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적극 협조해 주시길 당부 드린다.

부산시는 올해 첨단 ICT기술을 접목한 재난대응체계를 새로이 구축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 재난재해 플랫폼 구축사업이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더욱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재난 대응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가족이 행복한 건강안전도시는 우리 부산시의 민선 7기 시정목표 중의 하나이고, 시정명령 제1호도 안전이다. 모든 시민에게 건강과 안전에 동등한 권리가 있기에 안전정책은 모든 시민을 포함해야 하고 가장 취약한 지역에 초점을 두어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재난재해는 어느 한 기관의 노력만으로 예방할 수 없다. 사고 및 상해예방은 각계각층의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미세·초미세먼지 저감대책은 시민 모두의 참여와 국제적 협력도 필요한 사항이다.

싱크홀 사고에서 대형 참사를 막은 것도 한 시민의 신속한 신고가 있었기에 가능했고, 승학산 낙석사고의 경우 경찰관의 신속한 대응으로 2차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시민의 안전의식과 신고정신이 결정적이었음을 보여준다. 시민 누구나 참여하고 적극적인 신고로 이어지면 우리의 안전은 우리가 지킨다는 안전문화는 빨리 확산되고 정착되지 않겠는가.

부산시에서 올해 시민신고 활성화를 위한 ‘안전신고 포상제’를 도입했다. 안전관련 시민 신고가 이뤄지면 일정 심사를 거쳐 위험요소 개선에 공로가 인정되면 5만 원에서 최대 100만 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해마다 봄이 되면 주변을 꼼꼼히 살펴보자. 우리 집 축대나 옹벽은 안전한지, 균열이나 지반침하로 기울어져 있지는 않은지, 언덕 위에서 바위나 토사가 흘러내릴 위험은 없는지. 이상 징후가 있으면 가까운 행정관서에 즉시 신고해주시길 시민들께 간곡히 당부 드린다.

부산시 재난현장관리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