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는 값싸고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이른바 ‘국민간식’이다. 그리고 떡볶이 하면 절로 ‘신당동’이 연상되는 것은 비단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신당동 떡볶이의 원조 격인 마복림 할머니가 1990년대 TV 광고에 고추장을 들고 출연해서 “아무도 몰라. 며느리도 몰라”라는 멘트를 하여 대히트를 친 시기도 있었다. 바로 이 “아무도 몰라. 며느리도 몰라”라고 하는 한마디에 영업비밀의 핵심이 녹아 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에서는 영업비밀에 관해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라고 정의하고 있다. 위 조문을 쉽게 풀이하자면 영업비밀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림 서상균

작년 필자가 자문하는 회사에서 핵심기술을 개발했는데 특허출원을 할지 또는 영업비밀로 유지할지를 고민하며 ‘특허출원을 해보고 만약 등록이 안 되면 영업비밀로 보호하면 되지 않을까요’하고 물어왔다. 하지만 일단 특허출원을 하게 되면 특허등록여부와는 관계없이 특허출원일로부터 일정 기간 경과 후에 자동으로 도면과 기술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공개되기 때문에 영업비밀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특허출원을 해서는 안 된다. 나아가 영업비밀로 보호받고 싶은 기술상·경영상 정보가 있다면 이를 비밀로 유지하기 위해서 나름의 합리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노력한 자에게 열매를 주겠다는 것으로, 떡볶이 가게에서 수년간 시어머니를 도운 며느리조차 고추장의 배합비율을 모를 정도로 비밀스럽게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영업비밀을 보유한 회사나 소상공인들은 그것을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고, 인식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관리를 등한시하거나 관리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근로자와 사이에 비밀유지서약서나 경업금지약정서와 같은 것을 작성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어떤 내용으로 작성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막연히 ‘재직 중에 취득하는 모든 정보’에 대하여 ‘보안에 최선을 다하며 외부로 유출하지 않을 것을 서약합니다’라는 내용으로 작성된, 영업비밀 보호를 위해서 아무런 효력이 없는 서류를 받아 놓고 안심하고 있다.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위해 넘어야 하는 가장 까다로운 관문은 바로 영업비밀을 ‘비밀로 관리를 해 왔는지’ 여부이다. 이제는 어느 정도 축적된 영업비밀에 관한 판례에서도 ‘비밀관리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바람에 기술도 빼앗기고 금전적으로 막대한 손해를 본 기업의 안타까운 사례가 많다.

비밀로 관리되고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설계도면이나 고객리스트, 음식조리방법 등 해당 정보에 비밀이라는 점을 표시하고 근로자들에게 고지를 하여야 하고,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담당자를 지정해야 한다. 영업비밀이 담겨 있는 PC가 비밀번호 잠금이 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나 접근가능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아 영업비밀이 유출되지 않도록 합리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본다. 또한 영업비밀이 서류로 작성된 경우에는 최소한 일반문서와 분리해 잠금장치가 있는 서랍이나 캐비넷에 보관해야 하고, 전자데이터인 경우에는 PC나 파일열람에 관한 패스워드를 설정하고 패스워드를 주기적으로 변경하며 영업비밀을 취급하는 PC의 외부 네트워크를 차단하는 것도 필요하다. 나아가 근로자들로부터 영업비밀보호 서약서를 받을 때에도 무조건 영업비밀의 범위를 넓게 잡는 것보다는 영업비밀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기재하는 것을 권한다.

신문이나 방송 뉴스를 통해 대기업 연구원이 기업의 주력제품 설계도면 등 중요자료를 빼돌려 해외 경쟁업체로 가져가려다가 검거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며 우리는 ‘기업과 나라를 다 팔아먹는 나쁜 사람’이라고 욕을 하면서도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게나 해당되는 문제이지 나와는 상관없는 남의 이야기라 생각하며 넘어간다. 하지만 얼마 전 경찰이 6개월 동안 기획수사를 해서 적발한 영업비밀 침해사건의 90%가 중소기업이 피해자라고 하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도 결코 영업비밀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

변호사 ·법률사무소 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