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인 금융도시 랭킹은 뉴욕 런던 홍콩 싱가포르 상하이 도쿄 순이다. 중국정부가 지원해도 상하이는 홍콩 싱가포르에 뒤진다. 왜 그럴까. 이유는 금융인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금융이라는 게 돈만 있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다. 관련 인재가 몰려야 한다. 상하이는 아직 금융인들에게 매력적인 도시가 되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여의도를 아시아 금융허브라고 외친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금융도시로서 서울의 경쟁력은 과연 어떨까.

지난 18일 영국 컨설팅기관 지옌그룹이 밝힌 국제금융도시 경쟁력 순위(GFCI, 매년 3, 9월 발표)에 따르면 서울은 지난해 9월 33위에서 올해 3월 36위로, 부산은 지난해 9월 44위에서 올해 46위로 떨어졌다. 부산은 2014년 3월 27위로 출발, 2015년 9월 24위, 2017년 3월 50위, 9월 70위로 등락을 해오다 올해 46위로 회복했다.

서울과 부산이 금융도시의 경쟁력 순위에서 떨어지는 이유가 뭘까. 결국 금융 관련 인재가 몰려들지 않게 하는 정치, 경제적 여건 때문이다.

최근에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있는 전주를 금융도시로 만든다고 한다.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 부산·전주로 금융기관을 보낸 결과 인재들이 집적되지 못하고 모두 떠나고 있는 상황이다. 전주로 간 국민연금에는 팀장, 실장급 이상 수십 명이 전주행을 거부하고 서울에 남는 바람에 기금운용에 중대한 차질을 빚기도 했다. 정책을 결정하면서 여러 가지 고려요인이 있지만 요즘은 인재 확보 차원에서 제대로 된 유인책을 주느냐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서울 부근의 판교 밸리는 천지개벽한 경우이다. 판교에 가면 정보통신, 바이오, 제약, 나노 등의 첨단기업이 즐비하다. 2004년부터 시작된 판교 밸리는 2018년 말 현재 1300여 개의 기업이 입주했다. 정보통신 분야가 68%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CT(컨텐츠 관련기업) 12.4%, 바이오 분야 11.8% 순이다. 제1 판교 밸리는 이미 포화상태여서 제2 판교 밸리를 조성해 올해 기반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판교 밸리가 성공한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인재를 유치할 지리적 여건을 감안해 조성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인재의 남방한계선이 판교이다. 즉 핵심 인재는 판교 밑으로는 가지 않는다. 수원의 삼성전자 연구동, LG전자 연구인력을 서초구 우면동 연구센터를 각각 지어 옮긴 이유도 이 때문이다. 도시설계의 핵심요소가 인재 유치 여부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요즘 부산은 부산대개조가 이슈다. ‘혁신·연결·균형’이라는 키워드를 잡고 부산을 대개조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프로젝트에 이처럼 대개조라는 프레임을 씌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어쨌든 부산시장이 의지를 갖고 끝까지 해내면 좋겠다. 다만 앞서 언급했지만 무엇을 하더라도 인적 자원을 잘 살펴보기 바란다.

필자는 항상 부산다움을 강조해왔다. 부산다움이 무엇인가. 부산만이 가진 정체성, 맛과 멋이다. 다른 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부산만의 산업, 문화가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현재 문현금융단지가 단순한 금융이 아니라 해양·선박 금융중심지로 키워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이 분야의 핵심인재가 배출돼야 한다.

최근 다시금 LNG선박을 중심으로 조선산업이 재기된다고 하니 선박금융산업이 다함께 활성화되면 좋겠다. 이를 위한 핵심인프라가 관련 인재이기에 앞으로 20년 뒤에는 부산이 선박·해양금융의 허브가 되면 좋겠다. 조선·해양산업의 실물이 있고, 이를 뒷받침하는 인재가 있으면 꿈이 이루어질 수 있지 않겠는가.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한 오거돈 시장이 이런 분야에 인식을 하고 있을 듯해 더욱 기대가 된다.

지금 한국경제는 건설 전자 반도체 중화학 기계 철강 등 기존 성장동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에 밀리고, 무역분쟁으로 인해 수출 물량이 감소하면서 경제 전체가 침체하고 있다. 하지만 조선산업이 기지개를 켜는 중이라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어찌 보면 부산이 전통 제조업에서 선박금융의 중심으로서 전환하는 절호의 기회가 오는 듯하다.

아시아 비즈니스 동맹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