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3면이 바다에 접한 지형 특성상 대륙뿐 아니라 바다로도 뻗어나갈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품고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18세기까지는 대륙에서 강성한 원·명·청 등으로부터, 그 이후에는 해양세력인 일본, 미국 등으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특히 근대 들어 제국주의의 희생양이 되어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는 비운을 맞아야 했다.
3·1운동이라고 하면 많은 이가 ‘대한독립 만세’를 떠올린다. 3·1운동은 우리 민족 모두가 한마음으로 일본 제국주의의 침탈에 맞서서 ‘대한독립 만세’를 외친 뜻깊은 운동이다. 그 당시 인구 1700만 명 중 12%인 200여만 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되는 거국적 민족운동이었다. 비록 일제의 무자비한 탄압으로 많은 희생자가 나왔지만 우리의 자주독립의지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 체계적인 독립운동을 전개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있게 한 민족주의 운동의 출발점이라는 데 큰 의의가 있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의 침략에 의해 붕괴되면 타국에 망명정부를 구성하여 주권을 회복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우리 선열들은 임시정부를 구성하였다. 망명정부가 아닌 임시정부라는 의미는 대한제국은 대한민국으로, 황제가 절대적인 권한을 갖는 전제군주정에서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 되는 민주공화정으로 전환되었다는 의미이며, 이는 광복과 함께 우리나라가 민주공화국으로 출발하는 밑거름이자 뿌리가 되었다.
우리나라 헌법 전문에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되어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들의 독립에 대한 염원은 온갖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임시정부가 세계 열강을 대상으로 한 외교활동 결과 1943년 11월 카이로 선언으로 조국의 자유독립을 보장받았으며, 이는 식민지 통치를 받던 나라들 중 가장 먼저 독립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되었다.
임시정부 주석을 역임한 김구 선생은 1947년 ‘나의 소원’에서 “우리 민족의 독립이란 결코 삼천 리 삼천만만의 일이 아니라, 진실로 세계 전체의 운명에 관한 일이요. 그러므로 우리 나라의 독립을 위하여 일하는 것이 곧 인류를 위하여 일하는 것이다. (중략)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지금 우리나라는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등 강대국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하게 보일 수 있으나, 이는 우리 스스로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 오판이다.
2019년 현재 우리나라는 경제력 세계 11위, 군사력 세계 7위의 강대국이다. 특히 동남아를 거쳐 전 세계로 확산된 K-pop을 비롯한 한류문화 열풍은 일찍이 김구 선생이 설파하신 수준의 문화국가로 우뚝 섰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단 하나 미완성인 것은 완전한 하나의 독립이 아닌 양쪽으로 분열된 독립상태로 70년을 훌쩍 넘긴 것이다. 돌아오는 4월 11일은 임시정부수립기념일이다. 일제치하에서 조국의 완전한 자주독립을 염원하며 희생·헌신하신 선열들의 마음을 되새기며, 세계 인류의 평화를 위하여 우리세대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2대 대통령을 역임한 백암 박은식 선생은 “國猶形 史猶魂 (국유형 사유혼, 나라는 형체요 역사는 정신이다), 정신적 국가가 망하면 형식상의 국가가 망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나라는 이미 망한 나라이며, 정신적 국가만 망하지 않는다면 형식상 국가는 망하였을지라도 그 나라는 망하지 않은 나라이다”라며 민족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3월과 4월에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행사들이 다채롭게 펼쳐지고 있다. 100년 전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의지를 불태웠던 선열들의 헌신과 희생정신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시간을 가져보자.
부산지방보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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