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역사성 짙은 근대건축물인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 건물을 새로 꾸며 근현대역사박물관으로 조성하는 사업이 시의회의 제동으로 원점에서 재검토된다고 한다. 10년 가까이 추진돼 왔고 국비도 어렵사리 확보해 사업이 탄력을 받아가는 도중이라, 뜬금없고 의아스럽다는 느낌마저 든다. 갑작스러운 재검토 소식에 지역 문화재·문화계가 술렁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지방정부의 권력 교체 이후 전임 시장 때 추진한 문화인프라 사업을 뚜렷한 대안이나 근거 없이 뒤엎으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만하다.

하지만 시의회가 제동을 건 이유도 곱씹어 볼 만하고, 수긍이 가는 측면도 있다. 부산지역 기존 박물관들의 운영·내용이 부실하고, 부산시 재정여건도 열악한 마당에 2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건물 리모델링 비용으로 투입하는 게 타당한지 다시 짚어보겠다는 점에서다. 결과가 좋지 않을 사업에 시비가 과다 지출되는 것을 그냥 통과시켜 줄 수 없다는 얘기다. 시민 혈세가 낭비 없이 적재적소에 사용되는지 감시하는 것은 시의회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고 해도, 시가 오랜 추진 끝에 지난해 정부의 ‘공립박물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를 통과하고 국비 82억4700만 원도 따낸 상황이다. 2016년에는 이 건물만을 대상으로 신청했다가 주변에 유사 공간이 많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으나, 인접한 부산근대역사관까지 대상에 포함시켜 결국 타당성을 인정 받았다. 이에 따라 두 곳을 원도심의 근현대 역사자원과 연계한 체험형 신개념 박물관으로 만들고, 2020년 개관 예정으로 추진해왔다. 그런데 지금 와서 사업에 급제동을 걸고 나서는 게 적절한지도 따져봐야 한다.

그간 이 건물은 활용방안을 두고 진통이 있었으나, 2012년 부산발전연구원 용역에서 복합문화센터 쪽으로 결론이 난 바 있다. 2013년에는 시 문화재로 지정됐다. 박물관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어려운 셈이다. 지난해 부발연의 기본계획 보고서에서는 ‘원도심 역사·문화유산의 중심축’으로 조성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그럼에도 일각에서 상업시설로 개발하자고 주장하는 건 온당하지 않다. 활용방안과 관련해 혼선에 빠지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