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중국의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탈북이 국가정보원의 회유와 협박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 다시 제기됐다. 지난 10일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종업원 일부 면담 결과 보고에 이어 당시 북한식당 지배인이었던 허모 씨가 그제 국정원의 개입 사실을 다시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이 정치공작 차원에서 진행한 이른바 ‘기획탈북’이라는 것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같은 폭로는 앞서 지난 5월 한 종편 방송이 이 사건을 재조명한 프로그램을 통해 세세하게 드러난 바 있다. 이 사건은 처음부터 기획탈북의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2016년 4·16 총선을 불과 닷새 앞두고 갑작스럽게 공개됐고, 중국에서 한국으로 넘어오는 루트로 봐서 정부 당국의 협조가 없이는 사실상 집단탈북이 불가능하다는 점, 탈북 후에도 종업원들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점 등이 의혹의 골자였다. 결국 국정원의 흑역사가 또 하나 추가된 꼴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기획탈북의 진상 규명과 종업원들의 신변 처리다. 당사자들까지 국정원에 의한 비자발적 사건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 만큼 현 정부도 진상을 덮어두고 가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만약 허 씨와 종업원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엄연한 납치 사건에 해당되고, 총선을 당시 여당에 유리하게 끌고 가려고 국정원이 개입한 것이라면 선거법 위반이다. 또 종업원들을 하나센터에 가둔 것은 감금죄가 될 수 있다. 국가기관의 명백하고 심각한 실정법 위반인 것이다.

정부가 선뜻 나서지 못한 채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은 종업원들의 신변처리 문제 때문으로 짐작된다. 이들이 북한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고 해서 정부가 송환조치하기도 간단치 않다. 정권이 바뀌었을 뿐 국가기관의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셈인 탓이다. 하지만 시간을 끈다고 해서 절로 합리적인 해결책이 나올 리 없다. 정부는 우선 실체적 진실을 명백히 드러내고, 잘못이 있다면 시인하고 바로잡아가는 게 상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