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두 시간 동안 4명의 신생아가 잇달아 사망한 사건은 그 상황 자체만으로도 충격을 넘어 기이함마저 느끼게 했다. 사망원인은 세균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발표되었지만, 의료기관 내에서 동시에 4명의 신생아가 동일한 세균에 감염되어 사망하는 일이 벌어진 근본적이고 구조적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주사제 한 병을 다섯 명의 신생아에게 나누어 주사한 사실을 놓고 낮은 의료수가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주장과 주사제 사용 내역을 부풀려 허위청구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의료기관에 대한 불신은 신생아중환자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으로까지 이어졌다. 유족들은 병원의 돈에 대한 탐욕과 감염관리에 대한 무능력이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진단했다. 또 유명무실한 의료기관 평가인증제도와 사건 수습 과정에서 병원이 보여 준 유족과의 소통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건과 같이 감염병이 집단으로 발생하면 역학조사를 하게 된다. 역학조사는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는데 발생 이전의 상황을 조사해서 원인 병원체를 밝히고 전파 경로를 찾는 것과 그 원인을 제거하여 이후 감염병이 퍼지지 않도록 조치하고 재발방지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신생아 사망 사건과 같이 의료 관련 감염병이라고 부르는 병원 내에서 발생한 감염병의 경우 원인 병원체와 전파 경로를 밝혀내더라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은 일개 병원 내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 전반의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항생제 오남용, 부실한 감염관리, 낮은 의료수가, 의료인의 감염관리에 대한 낮은 인식, 대형 병원 환자 집중, 작동되지 않는 의료전달체계, 당국의 부실한 관리·감독 체계 등 이미 지적되고 있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들이 ‘감염’이라는 가장 취약한 고리를 끊고 불거져 나온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15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메르스 유행이나 최근 이슈가 된 권역외상센터 문제도 원인을 짚어가다 보면 결국 같은 지점에서 만나게 된다.

신생아가 4명이나 동시에 사망한 사건이니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고 법에 따라 처벌이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개인에 대한 처벌을 결정하기 위한 수사로 끝내서는 원인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보다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를 계속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다. 문제를 계속 이야기하는 것이 해결을 위한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2010년 이후 최근까지도 잊을 만하면 학교나 의료기관, 산후조리원 등에서 결핵 환자가 발생해서 역학조사를 한다는 내용이 보도되고 있다. 어떤 사람은 아직도 우리나라에 결핵이 있느냐며 의아해하고 또 어떤 사람은 옛날에는 결핵 환자가 생겨도 아무 조치도 없었는데 너무 호들갑인 거 아니냐고도 한다.

그렇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한 해에 새로 생기는 결핵 환자가 3만 명으로 다른 선진국과의 비교가 무의미할 만큼 압도적으로 많다. 그렇지만 과거와 비교해 더 많아진 것은 아니다. 다만 과거에는 결핵 환자가 생겨도 역학조사를 하지 않았다. 그럼 그때는 조사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아니다. 알고 있었으나 조사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고, 조사를 할 만한 기반도 없었기 때문에 하지 않은 것이다. 2010년 이후 결핵 문제를 계속 이야기하면서 결핵 관리를 위한 기반이 조금씩 닦이게 되었다.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 결핵 환자는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의료기관 내에서 발생하는 감염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최근에서야 이슈가 되고 있지만 그 전에는 없었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지금도 의료기관 내에서 환자들이 감염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그 해결을 위한 첫 단추는 철저한 역학조사를 통해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다. 의료기관 내에서 집단으로 발생한 감염병에 대한 역학조사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이것부터 손보지 않으면 안 된다.

원인을 밝히기 위한 역학조사가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문제가 하나둘씩 드러나더라도 모든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재발 방지를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에 대해 계속 이야기해야만 한다. 의료기관은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해 주는 안전한 장소여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대 감염병관리 지원단 부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