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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윤 칼럼] 그들만의 굿판

언론·교육·예술 모두 좌파가 장악했다는 정신 나간 주장에

환호하는 의원들을 신뢰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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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그날 그들이 보인 행태는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주도하는 '근현대역사교실'이 선보인 첫 강좌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친일과 왜곡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 고교한국사 주저자인 이명희 교수가 초청강사로 나섰는데, 그의 강의는 상식에서 벗어난 내용으로 이성과 합리성 모두 잃었다. 문제는 그의 열강(?)에 고무된 새누리당 50여 의원들이 환호를 보내며 맞장구를 쳤다는 데 있다. 분별력 잃은 집단이 벌이는 굿판을 연상해 볼 수 있겠다.

그날 강의에서 이 교수는 "현재 좌파진영이 교육계와 언론계의 70%, 예술계의 80%, 출판계의 90%, 학계의 60%, 연예계의 70%를 각각 잠식하고 있다"며 "이 부분을 자각해서 대처하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저쪽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큰 것이 우리 사회"라고 발언했다. 학자답지 않게 허위와 과장으로 일관한 그의 발언에서 매카시적 광기가 묻어났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수치를 내뱉았는지 모를 일이지만, 얼토당토않은 주장에 박수를 치며 감격해 하는 집권당 국회의원들의 모습은 한심스러움의 극치다.

이 교수 강연에 이은 토론 역시 어처구니없는 궤변이 쏟아졌다. 이노근 의원은 "학교 운영에도 전교조에서 여러 사람 들어가 있다. 노량진 학원가에 가면 전부 학원강사가 좌파라고 한다"고 했고 김을동 의원은 "독립운동 쪽에서도 거의 좌파가 선점하는 입장"이라고 추임새를 넣었다. 심지어 박대동 의원은 "지역구인 울산 북구는 현대차 강성노조, 통합진보당 구청장, 종북좌파가 깔렸다. 이 시간에도 40여 개의 국정원 해체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있다"고 강변했다. 하나같이 사실을 호도한 엉터리 주장일 뿐만 아니라 국민을 적으로 바라보는 불온함까지 엿보였다.

이들의 발언에서 먼저 국민들에 대한 보수 정치세력의 콤플렉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 민주화 이후 국민들이 이뤄낸 민권에 억눌려 왔다고 생각하는 정치권력이 우위를 점하려는 욕망이 드러났다. 이명박 정권에 이은 박근혜정부의 집권, 보수세력의 집권 2연승이 가져다 준 자신감이 표출된 셈이다. 국민들을 권력의 도구쯤으로 여기는 빗나간 현실인식도 엿보였다.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면 종북으로 밀어붙이는 색깔본능이 발동됐던 한판 굿에서 야만적 권력본색이 도사리고 있음을 보았다.

한번 따져 보자. 이 교수의 논리대로 언론계의 70%가 좌익이라면 이 글을 쓰는 이 또한 좌빨로 규정될 게 틀림없다. 불통의 정치를 비판하고 독단적인 국정을 따지면서 좌빨로 낙인 찍혀온 것은 아니었을까, 두렵다. 대한민국 언론을 좌파가 장악하고 있다니 이런 헛소리가 없다. 방송은 대통령과 집권세력 띄우기에 여념이 없고 이른 바 주류신문들은 친정부의 기치를 유감없이 나부끼는 이 판에 좌파 언론인이 판을 친다니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이 교수의 좌파에 대한 기준을 짐작해 보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친일 세력을 근대화 세력으로 독재권력까지 미화한 우경화된 가치에 맞지 않으면 좌파로 매도하는 게 그의 무시무시한 잣대 아닌가. 그런데 그가 주장한 좌파 장악의 수치가 나오려면 파시즘이든 독재든 국가권력이 무슨 짓을 하든 정당하고, 국민들은 권력에 무조건 추종해야 가능할 성싶다. 그러니 부당한 국가권력에 저항하고 민주주의의 진전을 위해 헌신해 온 위대한 민주화의 장정마저 불순한 역사로 바라보는 것은 아닌가.

엉터리 주장에 부화뇌동하는 의원들의 태도는 결국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 자신들이 도모하는 정치가 그렇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그래서 그들이 벌인 굿판은 한심스럽기도 하지만 위험하기 그지없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잣대에 맞지 않으면 국민마저 적으로 돌려세우는 권력은 독선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공안정국과 민주주의 퇴행에 대한 작금의 우려들이 공연한 게 아님을 보여준 대목이다. 터무니없는 색깔공세에 환호하고 맞장구 치는 정신 나간 행태, 국민통합보다 편가르기에 급급한 이들이 과연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 낼 수 있을까. 광기 서린 한 판의 굿판을 바라보면서 백성이 정신 차리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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