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장병윤 칼럼] 텃밭이 주는 유익

건강한 먹거리에 땀 흘리는 기쁨

생명에 대한 열린 감수성과 '관계' 회복 선사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토요일 아침에는 텃밭으로 간다. 쉬는 날이지만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채비를 한다. 설레는 마음에 일어나자 작업복을 갖춰 입고 챙이 넓은 모자를 썼다 벗었다 하며 현관문을 들락거린다. 이른 아침을 먹고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서는 시간은 오전 일곱 시 전후다. 텃밭은 집에서 30분정도 걸리는 금정구 청룡동 범어사 진입로 주변에 있다. 지난 4월 중순 귀농학교 교육을 받은 뒤 선배 기수들이 텃밭을 구해 함께 경작할 이를 찾는다기에 한달음에 분양 받았다.

200평 남짓 되는 땅을 10여 명이 나눠서 주로 채소류를 키우는데, 나는 고추 가지 오이 토마토 상추 들깨 모종을 심었다. 나중에 호박 고구마 옥수수도 심고 열무와 얼갈이배추 씨앗도 뿌렸다. 처음해 보는 농사일이라 제대로 될까 싶었는데, 날로 무성해져 가는 텃밭을 보니 시작이 반이란 말이 실감난다. 내가 한 일이라곤 두둑을 만들어 모종을 심거나 씨앗을 뿌린 게 다인데도 저 혼자 잘 자라니 신기하기만 하다. 작은 모종들이 어느새 훌쩍 크더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그것을 지켜보면 즐거움을 넘어 경이로움에 이른다. 아기 손가락만한 오이가 한 주일 사이에 팔뚝만큼이나 커져 있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배추 씨앗이 싹 트는 모습에 반해 매일 텃밭으로 나가 한나절씩 들여다봤다는 누군가의 경험담이 떠오른다. 언제쯤이나 자랄까 싶었던 작물들이 신통하게도 한 달도 채 안 돼 수확물을 내놓으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5월 들어 상추를 시작으로 좁은 텃밭은 마치 요술이라도 부리듯 풍성한 먹을거리를 끊임없이 내놓고 있다. 지난주에는 토마토와 오이, 호박, 고추를 한 아름 수확했다. 농약도 화학비료도 쓰지 않고 온전히 땅의 힘과 햇볕, 바람, 비, 우주의 조화가 빚어낸 건강한 먹을거리를 밥상에 올리고 이웃과 나눌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요즘 텃밭에 가서 하는 일은 주로 잡초를 뽑는 일이다. 한 주일 만에 들르면 그 사이에 온갖 잡초가 자라 이랑이 빼곡하다. 온몸을 땅바닥으로 낮춰 잡초를 제거하는 일은 비록 힘은 들지만 즐거움을 동반한다. 일부러 장갑을 끼지 않고 작업을 하는데, 손끝으로 느껴지는 부드러운 흙의 촉감, 손가락에 배어드는 풀물과 코끝을 간지르는 풀냄새가 마냥 좋다. 두 고랑의 밭을 매는 데 한 시간이면 족하다. 이른 아침이긴 하지만 금세 온몸이 땀에 푹 젖는데 노동이 가져온 몸의 활력과 긴장, 그로 인해 만들어진 땀을 느끼는 게 여간 행복한 일이 아니다.

텃밭은 이처럼 좋은 먹을거리와 땀의 희열을 느끼게 하는 것 외에도 정서적 안정과 정신적 평화를 가져다 준다. 손바닥만 한 텃밭을 일 주일에 한 번씩 찾아 농사를 짓는 일, 생명을 기르는 일에서 무엇보다 큰 위안을 받는다. 흙을 딛고 생명을 대하고 어루만지며 교감하는 일에서 도시생활에 지치고 피폐해진 삶과 상처받은 심신을 치유 받는 기회를 얻는다. 욕망을 좇아 살면서 잃어버렸던 생명과 자연에 대한 감수성을 되살리는 것이다.

텃밭농사로 얻는 또 하나의 과외소득은 관계의 회복이다. 아내는 물론이고 주말에 귀가하는 큰아이와도 종종 동행하는데, 텃밭에서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갖는다. 생명을 바라보고 키우는 공통의 관심사는 자연과의 단절됐던 관계도 회복시켜 준다. 생명을 향해 열린 마음은 평소 소홀했던 식구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로 이어진다. 텃밭 일이 끝나면 자연스레 가까운 범어사 등나무군락지나 원효암을 오르기도 하는데, 지난 몇 달 새 우리 가족은 더욱 가까워졌다는 것을 서로 느낀다.

얼마 전에 옥상텃밭 평가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서너 명이 나와서 사례 발표를 했는데 하나같이 가족과 이웃과의 관계회복을 텃밭의 미덕으로 꼽았다. 남구의 한 복지관은 황량한 시멘트옥상이 텃밭으로 바뀐 뒤 그곳을 찾는 직원들끼리 대화가 잦아졌고, 마을 노인들이나 아이들에게도 더없이 훌륭한 휴식과 소통의 공간이 됐다고 한다. 텃밭은 이처럼 도시생활에 찌든 우리에게 이웃과 자연에 대한 열린 마음을 선사한다. 집 주변의 버려진 공터나 가까운 근교에 텃밭을 마련해 보라. 삶을 변화시키고 풍성하게 하는 축복의 기회가 될 게 틀림없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4주 연속 1위, 부산 강서구 아파트 시장 전망은
  2. 28일 울산 코로나19 24명 확진...보험회사 관련 집단감염
  3. 3청년 백수에게 회사를 줍니다…주 업무는 펑펑 놀기
  4. 4부산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한 자릿수…대략 50일만
  5. 58일 경남 코로나 20명...산발적 감염 이어져
  6. 6공한수 서구청장, 구보 사적 사용
  7. 7[류제성의 페미니즘을 읽다①] 연재를 시작하며
  8. 8신규확진 열흘만에 다시 700명대…울산 변이 감염 확산
  9. 9생존권 투쟁이 법정 소송까지…신라대 청소노동자 시위 ‘점입가경’
  10. 10부산박물관 배산성 출토유물 목간과 대나무발 보러오세요
  1. 1가덕신공항 이슈 사라진 김부겸 총리 후보 청문회…착공 늦어질라
  2. 2부산시가 '시다바리'? 박형준, 시정질문 데뷔전
  3. 3세몰이 나선 이낙연, PK 선점해 반등 노린다
  4. 4눈길 끄는 시의회 조례 2제
  5. 5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현장 찾은 문 대통령 “세계시장 이끌어달라”
  6. 6부산부동산특위 위원 선임 또 충돌…50일째 출범도 못해
  7. 7박형준 광역단체장 첫 평가에서 전국 4위
  8. 8야당 당권 대진표 윤곽…주호영 10일 출마, 나경원 고심
  9. 9권익위, 공직자 투기의혹 55건 접수
  10. 10야당, 장관 후보 3인 지명 철회 요구…여당, 강행도 청와대에 철회 건의도 난감
  1. 14주 연속 1위, 부산 강서구 아파트 시장 전망은
  2. 2“귀농·귀어·귀촌, 사전 준비 없으면 낭패본다”
  3. 3해수부 “외교행낭 이용한 물품 반입·판매는 위법에 해당돼”
  4. 4채용약정형 블록체인 인재과정 개설…부산 청년들 '관심'
  5. 5동백전 부가서비스, 교통카드·소득공제 OK
  6. 6스타벅스·이케아, 부산서 ESG 캠페인
  7. 7부산신항에 글로벌 이커머스(전자상거래)기업 모신다
  8. 8연금 복권 720 제 53회
  9. 9“항만 개발 막는 부처 월권…제도적 장치 절실”
  10. 10부산시 주거복지센터 2곳 개소
  1. 18일 울산 코로나19 24명 확진...보험회사 관련 집단감염
  2. 2청년 백수에게 회사를 줍니다…주 업무는 펑펑 놀기
  3. 3부산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한 자릿수…대략 50일만
  4. 48일 경남 코로나 20명...산발적 감염 이어져
  5. 5공한수 서구청장, 구보 사적 사용
  6. 6신규확진 열흘만에 다시 700명대…울산 변이 감염 확산
  7. 7생존권 투쟁이 법정 소송까지…신라대 청소노동자 시위 ‘점입가경’
  8. 8[오상준 편집국장 신문은 지식의 숲 3] ‘북두칠성 도서관’과 정보의 바다에서 표류하지 않는 법
  9. 9부산 전역 미세먼지주의보 발령
  10. 10해운대 한 주택에서 불…50대 2도 화상
  1. 1양현종 3⅓이닝 8K…빅리그 짧고 굵은 선발 데뷔 ‘굿’
  2. 2조상현, 남자농구 국대 새 사령탑
  3. 3여자컬링 ‘팀 킴’ 연장 접전 끝 한일전 승리
  4. 49년 만에 UCL 결승 오른 첼시…“맨시티 한 판 붙자”
  5. 5'고수를찾아서3' 대동류 합기유술… “칼 든 상대 제압할 땐 손목을 노려라”
  6. 6토트넘서 쫓겨난 모리뉴, 보름 만에 재취업
  7. 733세 양현종, 텍사스 최고령 선발 데뷔
  8. 8맨시티 첫 UCL 결승 진출…우승 향한 쾌속 질주
  9. 9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에 17점 폭격...5연패도 끝
  10. 10조급한 허문회 감독, 자충수만 반복
우리은행
국민의힘 대표 후보 인터뷰
조해진
국민의힘 대표 후보 인터뷰
윤영석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한 도시의 리더가 된다는 것
‘융합의 시대’를 진정으로 지향하려면
기고 [전체보기]
한국 해운, 재건을 넘어 부활로 /김형준
신경제 ‘3不’ 해결로 구조적 불균형 해소 /허현도
기명칼럼 [전체보기]
기본소득 포퓰리즘, 가짜와 짝퉁의 대결
수에즈 단상
기자수첩 [전체보기]
부산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장도 경찰 출신…취지 역행 우려 /박호걸
체계적인 ‘동백전 행정’ 쫌! /김진룡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한국피리, 서양피리를 만나다
한국음악의 떼루아를 찾아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2+1 책임제’ 족쇄로 안 남으려면 /유정환
‘신산업 도시 부산’의 필요조건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애프터눈 티
분홍색 신화
독자의 소리 [전체보기]
우리에게 외교 전략이 있는가 /허만
불법 주·정차 단속 애환 /박정도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음식은 움직이는 거 아닙니다
한국식 돈가스의 탄생
사설 [전체보기]
위원장도 선임 못한 2030엑스포, 유치전 문제 없나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 조속한 합의 기대한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최고의 기쁜 날
퇴폐미술의 낙인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시험대 오른 박형준표 협치
재보선 민심 받들겠다더니
정책 제언 [전체보기]
코로나19는 사람을 차별했다 /박민성
목전에 다가온 메가시티 실현 /강병중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오월의 노래
봄날의 상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어게인
그 날을 기다리며
특별기고 [전체보기]
민주화·민족자존에 바친 삶, 편히 쉬소서 /허운영
‘보다 섬세한 스승’을 떠나보내며 /장현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나비 그림의 명인, 남계우
김정희의 ‘세한도’ 열풍
  • 해양컨퍼런스
  • 생명의강 낙동강 수필공모전
  • 2021부산하프마라톤
  • 바다식목일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