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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부산시장 출마` 몸사리는 국회의원들 /권순익

후보없는 시장선거… 결국 부메랑 될 것

정치인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책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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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꼭 4년 전 이맘때 '부산시장 선거가 재미없는 이유'란 칼럼을 쓴 적이 있다. '한나라당 후보=당선'이라는 지역정치구도가 시장 선거를 '당내 세력싸움'으로 격하시켜 선거과정을 밋밋하게 만든다는 내용이었다. 허남식 시장과 권철현 의원이 당내 경선을 벌일 때다. 그러나 올 6월 부산시장 선거는 더 밋밋하게 치러질 것만 같다.

얼마 전 안경률 의원이 부산시장 선거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그 사정이야 어떻든 의아한 건 '출마않겠다'는 말이 무슨 대단한 결단처럼 비친 것이다. 그만큼 또 다른 후보자로 오르내린 정의화 서병수 의원의 처신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나가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딱 부러지게 말하지 않고 있다. "고민하고 있다"는 그렇다 치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 건 아니다"는 또 무슨 뜻인가. 아마 말하는 사람도 모를 것이다.

부산에 한나라당 의원이 17명이나 된다. 현직 국회의원이 시장 선거에 출마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고 품성과 자격을 갖춘 인재는 다른 분야에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부산시장 후보 선출을 위한 당 경선시기가 코앞에 닥쳤는데도 그 많은 의원 중 누구도 나서지 않는 상황이 정상일 수는 없다. 허남식 현 시장에 대한 평가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이쯤 되면 왜 의원들이 시장 출마를 꺼리는지 궁금해진다. 자기들 입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짚어볼 수는 있는 일이다.

첫째는 실력이 탄로 날까 두려울 것이다. 정책이나 행정은 늘 각론에서 구체화되는데 그 각론을 채울 자신이 없는 것이다. 광역시·도급의 행정경험은 차치하고 제대로 된 기업이라도 운영해본 의원이 몇이나 되는가. "서울시는 시스템이 정비돼 정치인이 맡아도 되지만 부산은 행정을 모르면 끌고 가기 어렵다." 현직 부산시 고위관료의 말이다. 어느 정도는 오만이고 더 많은 부분은 경험일 것이다. 그러니 의원들로선 책임질 일 없이 목소리만 높이면 되는 의원직을 고수하고 싶은 것이다.

두 번째는 부산시장직이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촌'에서 시장하기보다 중앙무대에서 놀아야 한다는 서울 중심 사고의 결과다. 실제 국회의원으로 재선만 해도 부산시장을 은퇴 수순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의원쯤 되면 장관을 불러 야단치기도 하지만 부산시장으로선 만나기도 쉽지 않다. 서울시장 경기지사처럼 예비 대권주자로 인정받지도 못한다. 일은 많지만 옛날처럼 제2도시의 수장으로 알아주는 곳도 없다. 부산시장직을 대권가도로 만들 능력은 없으니 대통령 옆에서 사진이라도 찍히면서 크겠다는 생각일 것이다.

세 번째는 의원직이 워낙 할 만하기 때문이다. 한승수 전 총리가 총리가 되기 전 사석에서 반 농담조로 한 말이 있다. "교수 주미대사 부총리 외교통상부장관 유엔총회의장 국회의원 다 해봤지만 국회의원이 가장 좋더라." 국회의원은 금배지를 다는 순간부터 장관급 대우에다 온갖 특전을 다 누린다. 연간 1억9000만 원의 세비에다 보좌진 6명의 봉급 2억7000여만 원도 세금에서 다 나간다. 다른 공직자들은 넘보지 못하는 면책 특권과 회기 중 불체포 특권도 보장받는다. 심지어 우국충정의 눈물을 뿌리며 사표를 내도 받아주지 않는 게 국회의원이다.

마지막으로 시민을 상대로 정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공천이 바로 당선으로 이어지는 지역구도이니 공천권을 쥔 보스나 계파가 우선인 것이다. 게다가 시장 경선은 당내 역학관계까지 골치 아프게 얽혀 있다. 선수를 얌전히 쌓다 보면 장관자리도 보일 것이고, 만에 하나 공천을 못 받아도 정부 산하 기관장이나 감사는 따 놓은 당상이다. 불가능한 부산시장 선거에 나섰던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몸을 던질 이유가 없는 것이다.

어차피 오는 6월 선거는 치러질 것이다. 그러나 치열한 이슈와 가혹한 검증이 없는 선거란 결국 부메랑이 될 뿐이다. 시민들이 도시 위상에 대한 위기감과 발전전략에 대한 공감대를 도출할 기회가 송두리째 사라지는 것이다. 이번 선거도 그런 조짐은 벌써 드러나고 있다. 기형적인 정치구도에 안주해온 의원들과 그런 구도를 만든 시민들에게 책임이 있을 것이다. 책임의 경중을 따지면 후자가 훨씬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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