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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하나가 통째 미술관…자연과 건축이 빚은 사색의 공간

경북 군위 ‘사유원’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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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계면 산지 70만㎡에 펼쳐진 정원숲
- 200년 배롱나무 등 세월 견딘 고목들
- 승효상 등 세계적 건축가 예술과 공존
- 알바로 시자 소요헌·소대 존재감 뽐내
- 팔공산 조망 즐기며 4시간 ‘무념 산책’

“이번에 군위에 있는 사유원이라는 델 가보게 됐습니다.”

알바로 시자가 설계한 소요헌(逍遙軒)이다. 공연·전망·사색의 공간이라고 한다.
단지 이렇게 말했을 뿐인데, 반응이 그렇게 클 줄 몰랐다. “좋겠다. 부럽다. 나도 가고 싶다”는 반응이 많았다. 아니! 이 많은 사람이 사유원(思惟園·SAYUWON)을 안다고? 사유원을 아는 사람은 뜻밖에 많았다. 그런데 사유원에 몸소 다녀와 본 사람은 ‘사유원을 아는 사람’보다는 좀 적은 듯했다. 그런 느낌이 왔다. 왜 그런 걸까 싶었다. 아직 한 번도 못 가봤고, 그 존재도 몰랐던 사유원에 관한 호기심이 불현듯 밀려왔다.

사유원은 경북 군위군 부계면의 산지(山地) 70만㎡에 펼쳐져 있다. 홈페이지에는 그 산지를 “팔공산 지맥”으로 설명해 두었다. 사유원은 그 널찍한 터에 서 있고 앉아 있고 누워있다. 깃들어 있고 숨어 있다. 바람에 흩날리고 비에 젖는다. 아늑하게 익어간다.

■당신의 사유(思惟)를 돕는 곳

군위 사유원을 함축미 있게 산뜻이 요약해서 설명하기란 힘들다. 사유원 홈페이지에 사유원 스스로 올린 안내문이 유용하다. “태창철강을 이끌었던 사야 유재성이 평생 아꼈던 소사나무, 소나무, 배롱나무, 모과나무, 바람과 서리를 견딘 고목과 함께 세계적인 건축가, 조경가, 예술가들의 원초적 공간이 이곳에 자리 잡았습니다.” 설명은 이렇게 이어진다.

“사유원은 수목원이며 산지 정원이자 사색의 공간입니다. 계곡과 능선을 따라 무념산책을 합니다. 절기의 바람을 품은 산세, 거친 콘크리트와 녹슨 철판의 그림자, 때로 들려오는 풍류의 소리가 부릅니다. 사유원의 아름다움이 본래의 우리를 부릅니다.”

사유원을 아예 몰랐을 때, 거기에 한 번도 못 가봤을 때 이 글을 처음 읽었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다. 그곳을 한 번 다녀온 지금 읽으니, 이 글이 참 잘 쓴 글임을 알겠다. 사유원이 딱 저렇기 때문이다. 이토록 다채로운 면모를 지닌 사유원을 저렇게 요령 좋게 요약해 내다니!
알바로 시자가 설계한 소대(巢臺)에서 본 전경.
■거장의 명작 건물·조경, 산과 함께

그렇다. 사유원은 산지 정원이며 사색 공간이고 계곡과 능선이 있는 산지이며 거친 콘크리트와 녹슨 철판을 쓴 건물이 곳곳에 자리한 독특한 곳이다. 사유원에 깃든 건물의 이름과 건축가는 대략 다음과 같다. 치허문(건축가 승효상) 소요헌(건축가 알바로 시자) 풍설기천년·농월대(조경가 정영선 박승진) 팔공청향대(승효상) 별유동천(조경가 카와기시 마츠노부) 금오유현대(승효상) 소대(알바로 시자) 가가빈빈(건축가 최욱) 능허대(최욱) 사담(승효상) 내심낙원(알바로 시자)…. 더 있지만, 여기 다 쓸 수는 없겠다.

참여한 건축가와 조경가의 이름이 지니는 무게감이 상당하다 보니, 이들의 존재감이 사유원으로 옮겨와 이 새로운 군위의 명소를 뒷받침해 주는 느낌이 있다. 그런데 절대로 그런 점이 전부가 아니다. 외려 반대일 수도 있다. 사유원에 심은 수많은 나무와 꽃, 연못·계곡·능선과 같은 자연, 거기에 사유원을 가꾸고자 들인 정성이 있었기에 저명한 건축가들의 건물이 비로소 돋보인다고 볼 여지도 충분했다.
사유원 입구에서 만나는 사진가 준 초이의 반가사유상 사진 작품.
■반가사유상 사진 놓은 뜻은

넓고도 아름다운 사유원을 서너 시간 돌아다녀 보았다. 그 이야기를 상세히 하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을 듯하다. 사유원에는 다채로운 경관·공간·자연이 있는데 ‘그들 각자의 영화관’이라는 영화제목처럼, 한번 탐방해 보게 된다면 각자의 ‘사유원 느낌’이 각자의 가슴에 생길 것이다. 그렇게 자기 느낌을 가져보는 게 훨씬 중요하고 재미있을 듯하다. 다만, 사유원에 처음으로 가보고자 하는 분들께 이 말씀은 드리고 싶다. 이왕 가셨다면, 상세히 둘러보시기 바란다.

치허문(致虛門)은 사유원을 드나드는 유일한 입구다. 치허문 바로 곁에 화장실을 지어놓은 광경이 인상 깊었다. 들어서니 벽에 사진가 준 초이가 2006년 찍은 반가사유상 사진이 걸려 있다. 그땐 몰랐는데, 사유원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생각해 보니 반가사유상의 ‘사유’와 사유원의 ‘사유’는 이어져 있다. 모과나무 정원인 풍설기천년(風雪幾千年), 200년 이상 된 배롱나무 19그루가 있는 별유동천(別有洞天)에서 놀다가 팔공청향대(八公 淸響臺)에 오르면 기막힌 팔공산 일대 조망이 탁 터진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웰컴 투 사유원.
‘몽전(夢田)’이라고 써놓은 풀밭 위에 선 건물이 카페 가가빈빈(嘉嘉彬彬)이다.
■소요헌과 소대, 유원과 사야정…

탐방 경로의 후반부로 가도 인상 깊은 건물은 줄곧 나타난다. 팔공산맥을 보며 깊이 사색할 수 있는 전망대 행구단(杏丘壇), 영성을 간직한 건물인 내심낙원(內心樂園), 알바로 시자가 설계한 탁월한 건물인 소요헌(逍遙軒)과 소대(巢臺), 한국 전통 건축·조경 미학을 잘 담아낸 유원과 사야정(史野亭) 등은 탐방 경로 선상에 있어서 놓칠 확률은 매우 낮지만, 어쨌든 놓치고 못 보고 오기에는 너무 아깝다. 꼭대기의 풀밭 몽전(夢田)에 자리 잡은 카페 가가빈빈(嘉嘉彬彬)도 추천한다. 커피도 있고, 모과에이드도 판다.

알바로 시자가 설계한 소요헌과 소대도 놓치면 두고두고 아쉬워할 만한, 산속의 놀라운 건물이다. 공연장 겸 사색공간 겸 전망소인 소요헌에서 산과 숲과 공간이 경쾌하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계단실의 벽 등을 기울게 설계한 소대는 아주 독특한 건축 체험을 안겨준다. 사유원 측이 제시한 정보 등을 참고하면, 사유원 탐방은 천천히 걸으면 4시간쯤 걸린다. 어르신을 비롯한 탐방인의 체력·건강 상태를 잘 고려해야 안전을 지킬 수 있다. 이곳은 산이다.

■지킬 것 지켜야 열리는 정원

전망대인 팔공청향대(八公淸響臺)에서 관람객이 땀을 식히며 경치를 감상한다.
2021년 9월 개장한 사유원은 여러 가지 사유로, 이용할 때 이용객이 지켜야 할 사항이 여럿 있다. 자연 보호와 안전 등을 위한 측면이 커 보인다. 사유원은 사전예약제로 운영한다. 관람 예약은 방문일 하루 전, 식사 포함 예약은 방문일 이틀 전까지 할 수 있다(다만, 외부 음식 반입은 안 되며 금주·금연(전자담배)은 철저히 지켜야 한다. 반려동물은 입장이 되지 않는다. 돗자리·놀이기구·체육용품 등은 반입할 수 없다.

관람료는 식사 없이 관람만 하는 경우(평일 5만 원/주말·공휴일 6만9000원)에서 시작해 관람과 디너를 포함하는 경우(평일 11만 원/주말·공휴일 12만9000원부터 평일 25만 원/주말·공휴일 26만9000원에 이르기까지)까지 다양한 가격 단계의 관람 상품이 있으니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관람도 하고 밥도 먹는 관람객을 위해 음식을 차리는 식당 건물이 공사 중이어서 관련 상황을 홈페이지 등에서 꼼꼼히 챙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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