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뷔 40주년 맞아 재개봉 결정
- 90년대 성공 좇는 청년들 그려
- 당시 욕망 현재와 닮아 공감대
- 신인 이정재 모습도 볼 수 있어
- “차기작은 예수생애 3부작 소망”

1980년대 이장호 감독과 함께 한국 영화의 중흥기를 이끌며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던 배창호 감독이 올해로 데뷔 40주년을 맞았다. 1982년 ‘꼬방동네 사람들’(1982)로 데뷔한 그는 80년대 청춘영화의 대표 아이콘인 ‘고래사냥’(1984), ‘고래사냥2’(1985)와 당시 최고 흥행작인 ‘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1984), ‘깊고 푸른 밤’(1985) 등을 연출하며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데뷔 40주년을 맞이해 1994년 작품인 ‘젊은 남자’를 디지털 리마스터링 재개봉하는 배창호 감독. 스튜디오보난자 제공

그리고 배 감독의 40주년을 기념해 1994년에 개봉한 ‘젊은 남자’가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쳐 지난 12일 재개봉했다. 이 영화는 스타가 되기 위해 질주하는 모델 지망생 이한의 꿈과 사랑을 그린 영화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 감독은 “90년대 젊은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젊은 남자’로 요즘 젊은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었다. 또 이정재 배우의 첫 영화 데뷔작이지만 본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젊은 남자’를 재개봉작으로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배 감독의 말대로 ‘젊은 남자’는 연기를 시작한 지 1년밖에 안 된 이정재의 영화 데뷔작이기도 하다. 배 감독은 신인인 이정재를 과감하게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것이다. 그는 “영화의 내용처럼 주인공으로 스타가 되지 않은 신인 연기자를 찾고자 했다. 그런데 한 TV 광고를 보고 주인공 이한 역할에 어울리겠다는 느낌이 왔다. 그가 이정재였다”고 이정재를 처음 화면으로 만난 느낌을 떠올렸다. 이어 수소문해서 이정재를 만났는데 “외모적인 조건이 빼어난 미남은 아니어도 분위기가 있으면서 반항적인 느낌도 있었다. 그래서 연기 테스트도 안 하고 캐스팅했다”고 발탁 이유를 밝혔다. 배 감독의 배우를 보는 눈은 정확했고, 이정재는 스타가 되기 위해 달려가지만 사랑과 의리도 있는 이한을 멋지게 표현했다. ‘젊은 남자’에는 이정재뿐만 아니라 신은경, 이응경, 김보연, 고(故) 전미선, 권오중 등의 28년 전 모습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스타가 되기 위해 질주하는 청년의 꿈과 사랑을 그린 영화 ‘젊은 남자’. 이정재의 영화 데뷔작이다. 스튜디오보난자 제공

90년대 당시 신인류라고 불린 X세대의 모습을 담은 ‘젊은 남자’는 배 감독에 있어서도 새로운 변화를 추구한 작품이다. 그는 “‘젊은 남자’ 이전 작품이 ‘천국의 계단’(1992)이었는데 전통적인 스토리텔링의 영화였다. 당시 20대 관객에게 그런 영화 작법은 환영받지 않는 분위기였다”며 “그래서 대중영화감독으로서 새로워져야 할 때였다고 느껴서 젊은이들의 사고와 호흡을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연출했다”고 ‘젊은 남자’의 영화적 의미를 되짚었다.

‘젊은 남자’를 보면 1990년대 X세대가 지금의 MZ세대와 많이 닮아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배 감독은 “당시 성공을 좇는 젊은이들의 욕망이 강렬했는데 그에 대한 안타까움을 배경에 깔고 싶었다. 요즘은 그런 욕망이 더 치열해지고 강해진 것 같다. 그래서 좌절도 많아지고…”라고 말했다. 28년 전 영화이기 때문에 대사 톤은 좀 어색할 수 있지만, 영화 속 청춘들의 감성이나 감정은 지금 봐도 전혀 이질적이지 않다. 오히려 10년 전 청춘 영화보다 더 공감대를 가질 수 있지 않나 싶다.

한편 배 감독은 데뷔 40주년 기념 특별전을 가졌는데, 개막식에 오랜 영화적 동지이자 친구인 안성기가 혈액암으로 투병 중임에도 참석해 우정을 과시했다. 배 감독은 “병명은 몰랐지만 투병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잘 이겨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관객과 영화인의 격려와 응원도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병을) 이겨내시면 그 또한 많은 분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지 않을까 싶다”며 안성기의 쾌유를 빌었다.

차기작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3부작으로 찍고 싶다는 배 감독. 그는 “예수에 관한 영화는 여러 편 있지만 새로운 시대의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80년대 ‘한국의 스티븐 스필버그’라고 불렸던 배 감독의 신작을 빨리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