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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깅하며 쓰레기 줍고…앉았다 일어서니 스쿼트 효과

이준표 씨의 ‘플로깅’ 동행기

  • 국제신문
  • 글·사진=김미주 기자
  •  |  입력 : 2021-03-17 19:19:42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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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봉투·장갑만 있으면 충분
- 하체·허벅지 중심 스트레칭 필수
- “힘들면 쉬고 자신만의 페이스로”

-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5㎞ 코스
- 바닷가 달리며 스트레스도 해소
- 50m 만에 5리터 봉투 절반 채워

- 백사장에 가장 많이 버려진 폭죽
- 미세플라스틱 포함돼 오염 우려

필(必) 환경 시대. 운동하면서 건강과 환경을 동시에 지킬 수 있는 ‘플로깅’에 동참하는 사람이 는다. 집 근처 산책하기 좋은 길이면 어디든, 언제든 간편히 시작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준비물은 운동하기 편한 복장, 쓰레기봉투, 집게나 장갑(맨손도 무방)만 있으면 된다.

지난 11일 생활문화 크리에이터 이준표 씨의 아침 플로깅에 동참했다. 그는 플로깅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해 부산 시민에게 플로깅 문화를 알리고, 지역 환경보호에 지속해서 앞장서고 있다.
   
이준표 씨가 ‘플로깅’(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 중 해운대해수욕장에 떨어진 일회용 커피 컵을 줍고 있다. 플로깅은 집 근처 어디서든 가벼운 운동과 함께 환경보호를 실천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쓰레기 1번 주우면 스쿼트 1회 효과

이날 플로깅 코스는 APEC나루공원(해운대구 수영강변대로·우동)에서 출발해 해안가를 따라 해운대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길로 정했다. 총길이는 5㎞가량. 산책 삼아 걷기에도 무리가 없고, 초보자가 가볍게 조깅하기에도 적당한 거리다. 게다가 코스 대부분 바닷가를 따라 달릴 수 있어 스트레스를 덜어준다. 이날 기온은 섭씨 12도, 초미세먼지·미세먼지 농도 ‘좋음’을 기록해 푸른 바다를 만끽하기에도 최적의 날씨였다.

오전 9시, 준비운동에 돌입했다. 간단히 온몸의 근육을 풀어주고, 특히 하체와 허벅지를 중점적으로 스트레칭했다. 이 씨는 “뛰던 중 쓰레기를 줍기 위해 앉았다 일어나는 것은 스쿼트 동작과 비슷한 운동 효과를 낸다. 이때 뛰다가 갑자기 허리를 숙이면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 넘어질 우려가 있으니 철저한 준비운동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달리며 주변 환경까지 유심히 살피고, 스쿼트와 비슷한 동작을 반복하면 금세 체력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무리해서 달릴 필요는 없다.

이 씨는 “플로깅은 기록 경신을 위한 운동이 아니다. 자신이 운동하는 길목을 깨끗하게 치운다는 마음가짐만으로 충분하다”며 “힘들면 걷거나 잠시 쉬는 등 자신만의 페이스로 운동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준비한 쓰레기봉투를 펼치고 쓰레기를 주울 때 손을 보호하기 위한 장갑을 꼈다. 이때 장갑은 재사용이 가능한 면장갑이 좋다. 일회용 장갑은 간편하지만 쓰레기를 추가하는 꼴이 되므로 지양한다.

■“라면스프가 왜 여기서 나와”

   
시속 4㎞ 이내로 가볍게 달리기 시작했다. 바닷가로 향하는 인적 드문 좁은 길에서부터 널브러진 쓰레기가 눈에 들어왔다. 1.5ℓ짜리 페트병, 750㎖짜리 우유 팩, 담뱃갑, 일회용 커피 컵 등 다양한 종류의 쓰레기를 주워 담느라 허리를 펼 새가 없었다. ‘설마 요즘도 길에 쓰레기가 많겠어’라는 짧은 생각으로 준비한 5ℓ짜리 종량제 봉투가 작게만 느껴졌다. 50m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서 무서운 속도로 봉투의 절반 이상을 채웠다. 이 씨는 “플로깅을 하다 보면 쓰레기가 많은 날도, 적은 날도 있다. 차량이 다니는 인도보다 이런 인적 드문 길이 훨씬 지저분하다”고 말했다.

텅 빈 20㎏짜리 쌀 포대와 길 한복판에 전시하듯 펼쳐진 라면 봉지, 라면, 건더기스프를 발견했을 때는 어쩌다 이들이 여기에 버려진 건지 사연이 궁금하기까지 했다. 무엇을 닦고 버린 건지 알 수 없는 물티슈와 마스크, 사탕 껍질은 애교 수준이었다.

이 씨는 “달리는 동안 보이는 쓰레기를 전부 줍기엔 한계가 있다. 조깅하다 발에 걸리는 플라스틱과 유리 등을 주워 구간을 정비하는 수준이 적당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파도에 떠밀려온 해양쓰레기는 따로 버려야 한다. 그는 “해양쓰레기는 염분 등을 이유로 폐기물로 취급한다. 폐기물 마대 자루에 담아 버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씨가 백사장에서 주운 쓰레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건 폭죽이었다. 폭죽을 터트리면 고무 꼭지와 철심, 막대기 등에 포함된 미세플라스틱으로 백사장과 바닷물이 오염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씨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폭죽 고무 꼭지와 담배꽁초를 주웠다. ‘자연보호 헌장’이 새겨진 해운대해수욕장 한가운데에서 플로깅을 마무리했다. 봉투에 담은 쓰레기는 분리수거해 인근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한다. 백사장 한가운데 커다랗게 써 붙인 ‘금연’ ‘폭죽 금지’ 팻말이 유난히 무색했다.


※플로깅

‘이삭을 줍는다’는 뜻인 스웨덴어 ‘플로카 업(Plocka upp)’과 영어 단어 ‘조깅(Jogging)’의 합성어. 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다는 뜻으로, 2016년 스웨덴에서 처음 시작돼 빠르게 확산했다. 한국에서는 ‘줍깅’이라고도 부른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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