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지역 언론 패싱’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가운데 포털 입점·퇴출을 결정하는 제휴평가위원회에 현직 언론인을 포함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소재 현직 언론인이 다른 언론사의 포털 입점·퇴출을 결정하는 셈으로, 스포츠경기로 치면 선수가 심판을 겸하는 것과 같아 공정성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지난달 23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 앞에서 열린 ‘네이버의 지역 언론 배제 규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최근 미디어스가 밝힌 네이버 카카오 제휴평가위원회 위원 명단을 보면 조선·중앙·동아 등 중앙 언론사의 현직 언론인이 9명 포함돼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현택 조선일보 기자(한국기자협회 추천) ▶유덕영 동아일보 기자(한국기자협회 추천) ▶강주안 중앙일보 사회에디터(한국신문협회 추천) ▶임석규 한겨레신문 디지털미디어국장(한국온라인신문협회 추천) ▶임장원 KBS 통합뉴스룸 디지털뉴스주간(한국방송협회 추천, 제휴평가위원회 심의위원장) ▶이성주 MBC 디지털뉴스편집팀 팀장(한국방송협회 추천) ▶김동민 YTN 디지털센터장(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추천) ▶김상규 더팩트 대표(한국인터넷신문협회 추천, 제휴평가위원회 2소위 위원장) ▶이선기 전자신문인터넷 대표(한국온라인신문협회 추천) 등이다.

제휴평가위 위원에 현직 언론인이 포함되면 자사에 유리한 심사를 할 수 있는 데다 타사의 정보를 유출할 수 있어 제휴평가위 출범 초기부터 꾸준히 문제로 제기돼 왔다. 하지만 네이버 등 포털은 제휴평가위의 회의 시기, 안건, 회의록, 위원 명단을 모두 비공개로 운영하는 방법으로 비난의 화살을 피해왔다.

하지만 이미 문제점은 드러났다. 앞서 미디어스는 조선일보가 계열사 연예매체 기사를 조선일보 기사로 둔갑해 포털에 전송하는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제휴평가위는 조선일보에 48시간 포털 노출 중단재평가 제재를 내렸다. 실제 조선일보가 받은 벌점은 132점으로 14일 노출 중단 제재를 받아야 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제휴평가위가 조선일보에 48시간 노출 중단 결정을 내릴 때 이현택 조선일보 기자가 제휴평가위에 위원으로 있어 제휴평가위가 솜방망이 징계를 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제휴평가위에 속하지 않은 언론사였다면 규정대로 14일 노출 중단 제재를 받았을 텐데 특혜와 다름 없는 처분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제휴평가위 관계자는 미디어스 측에 “현직 언론인은 자사와 관련된 문제가 나오면 발언표결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제휴평가위 사무국 관계자는 “위원 제척 사유가 있다. 심의 피평가대상자는 회의에 참석할 수 없게 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제휴평가위 위원들끼리 암묵적인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는 데다 제휴평가위가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는 등 폐쇄적으로 운영해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미디어스에 “절차상 하자를 없애기 위해 당사자를 표결에 참여하지 않게 했겠지만 제휴평가위 위원들끼리 안면이 있어 암묵적인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다. 현실적으로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직 언론인이 제휴평가위 관련 내용을 사측에 보고하지 않았을 거라는 확신도 할 수 없다”며 “좁은 언론계에서 한 다리만 걸치면 서로가 다 아는 상황이다. 결국 언론에는 제휴평가위 윤곽이 드러나고, 사용자는 배제가 된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비공개원칙’을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전대식 전국언론노조 지역신문노조협의회 의장은 지난 4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네이버의 지역언론 차별 현실과 대응’ 토론회에서 “네이버는 검색 알고리즘도, 뉴스제휴평가위원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무책임하게 뒤로 숨지 말고 지역언론과의 상생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