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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속옷에 찔끔찔끔 대변실금, 부끄러워 말고 치료받아야

  • 강동완 웰니스병원 병원장
  •  |   입력 : 2022-02-28 19:13:16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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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이 새기 시작하면서 너무 우울하고 부끄러워 사람 만나기도 겁나고 세상 살기도 싫어졌어요.” 어느 날 진료실에 들어온 70대 여성 환자분의 하소연이다. 김해에서 농사를 짓는 분이었다. 내용인즉 ‘쪼그리고 앉아 밭에서 일을 할 때 치질이 간혹 밀려 나오는 현상이 오래되었다. 그렇게 나오면 항문에 손을 못 대고 엉거주춤 서서 엉덩이를 이리저리 흔들고 괄약근에 힘을 써야 겨우 들어간다’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 들어서는 자꾸 대변이 속옷에 묻는다고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자녀에 대해 물으니 “아들 넷, 딸 셋인데 막내만 빼고 모두 집에서 낳았다”고 하셨다. 환자분을 진찰한 결과, 내치핵이 3군데 있었다. 항문검사에서는 휴지기 및 수축기 압력이 평균의 절반 이하였다.

이 할머니에서 보듯 여성 대변실금은 출산이 주된 원인이다. 그것도 난산과 다산이 문제인데, 자연분만을 할 때 아이의 머리가 질을 통과하면서 항문 주위의 근육에 손상을 주기 때문이다. 항문에는 치골부터 시작하는 근육이 직장을 올가미처럼 감싸주면서 당겨주는 치골 직장근이 있어 직장과 항문의 각도를 휘어지게 하며 대변이 쉽게 항문 쪽으로 내려올 수 없게 한다. 그런데 아이가 질을 통과할 때 이 근육도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젊을 때는 골반 엉덩이 허벅지의 다른 근육이 강해 대변이 새는 것을 함께 막아준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항문 주변의 근육과 인대들이 느슨해지면서 항문을 조으는데 도움을 주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출산 후 30~40년이 지나야 이런 대변실금 증세가 점차 나타난다. 또 다른 원인은 항문 수술 특히 치루 수술 후 괄약근 손상, 분변매복(아기 주먹만한 단단한 대변이 직장을 막고 있는 현상) 설사 변비 염증성 장 질환, 골반방사선 치료, 중풍과 치매 등이다.

대변실금 증상에는 방귀가 새는 가스실금, 무른 변이 새는 불완전 대변실금, 보통 변이나 딱딱한 변도 새는 완전 대변실금이 있다. 1주일에 몇 번 이것을 경험하는지도 중요한 지표가 된다. 대변실금으로 진단되면 먼저 비수술적 치료를 하는데 그 방법에는 기저귀 사용, 약물요법, 관장, 바이오피드백, 슈퍼 케겔운동 등이 있다. 그렇게 해도 호전이 안 되면, 수술적 치료로 넘어간다. 여기에는 외괄약근 성형술, 항문후방교정술 등 여러 방법이 있다.

최근에는 항문 괄약근 주변으로 실리콘 슬링이란 동그란 띠 모양의 탄력있는 구조물을 삽입해 괄약근 조절능력을 향상시키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 한 발 더 발전해 띠 모양의 그물망을 항문 주위로 270도 감아주는 수술도 시행한다. 360도를 감아 주면 큰 대변이 나올 때 배출이 힘든 경우가 있기 때문에 항문 후방을 중심으로 270도만 감아줌으로써 배변에 어려움을 겪는 부작용이 거의 없다.

대변실금에는 수많은 치료법이 있으나 아직까지 완벽한 것으로 인정받은 치료법이 없다. 완벽함은 오직 신의 영역이며 인간의 영역은 오로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 했다. 그렇다. 항문괄약근을 완벽하게 다시 만들 수는 없지만 대변이 새는 것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그것은 최선이다. 괄약근 주변에 최소한의 대변 자제력을 다시 불어넣을 수 있어 환자가 희망을 가질뿐만 아니라 삶에서 자신감과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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