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업 따른 운동부족·폭식이 원인

- 한 달 2㎏씩 체중 감량 목표로
- 칼로리 줄이고 생활습관 교정을

학부모 김모 씨는 고1인 아들의 학교 건강검사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고도비만뿐 아니라 고지혈증, 고혈압 등이 있어 정밀검진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병원으로 데려가 복부초음파 검사 등을 받아 보니, 중등도의 지방간과 당뇨 전 단계라는 판정까지 나왔다. 김 씨는 “아들 녀석이 그냥 덩치 크고 많이 먹는 정도로만 알았지 건강이 이렇게 안 좋은지는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고지혈증이나 고혈압, 간 기능 이상 등 성인병 관련 질환으로 진료 받는 청소년이 늘어나는 추세다. 사진은 동의의료원에서 한 학생이 체성분 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

근래 청소년층의 성인병 발생이 예사롭지 않은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성인병과 관련해 병원 진료를 받은 청소년이 최근 4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었다. 흔히 대사증후군으로 불리는 비만과 혈당·혈압 이상, 고지혈증, 간 수치 상승, 비알코올성 지방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현상은 학교·학원 공부에 따른 운동시간 부족과 불규칙한 식사, 야식 즐겨먹기 등의 생활패턴이 반복되는 영향이 크다.

위 사례에서 보듯이 자녀의 비만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는 곤란하다. 청소년 비만은 단지 살이 찐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성인병이라 불리는 여러 질환이 비만으로 인해 청소년기에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 동의의료원 오동일(소아청소년과) 과장의 도움말로 동반질환 및 합병증과 치료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우선 첫째는 고혈압이다. 보통 사춘기에 관찰되는 고혈압의 약 30%가 성인 고혈압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고혈압이 장기간 유지되면 심장, 뇌혈관, 콩팥, 망막, 말초혈관 등에 손상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식사·운동요법과 생활습관 교정 같은 비약물적인 방법으로 체중 감량을 먼저 이행하는 게 필요하다. 만일 실패할 경우 베타차단제나 칼슘통로차단체 등의 약물이 처방된다.

다음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인데, 대부분 증상이 없다. 비만과 고지혈증을 동반한 사춘기 남학생에게서 발병률이 높다. 생활습관 교정 외 약물치료는 당뇨약으로 알려진 메트포민이나 항산화제인 비타민E 등을 투여하기도 한다. 당뇨병의 경우 주로 인슐린 비의존성인 2형 당뇨병이 나타나는데 공복혈당이 126㎎/dL 이상, 당화혈색소가 6.5% 이상일 때 진단된다. 고지혈증은 식이 조절 등을 6개월 넘게 해도 효과가 없으면 스타틴 계열의 약물 치료를 고려한다.

동의의료원 소아청소년과 오동일 과장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체중 감량을 할 때는 체중의 10%를 4~5개월간 서서히 줄이는 게 요령이다. 1주일에 500g 감량을 목표로 한 달에 2㎏씩 줄이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균형 잡힌 식사가 중요하다. 세 끼를 챙겨먹되 하루 섭취 총열량을 조금씩 줄이면서 건강하게 먹는 것이다. 이는 영양소가 골고루 적당량 포함된 식사를 말한다. 곡류는 하루 3회, 채소는 매 끼니 2가지 이상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육고기, 생선, 계란, 콩류 등 단백질 식품은 하루 3회, 과일류와 유제품류는 하루 1, 2회 섭취를 권장한다. 기름에 튀긴 음식과 설탕이 들어간 음식 등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충분한 수분 섭취도 빼놓을 수 없다. 필요한 하루 열량이 1500㎉이면 수분 또한 식품에 든 것을 포함해 1500㎖ 정도 마시는 것이 좋다. 그리고 운동과 생활습관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유산소 운동과 하루 1시간 정도 걷기, 스트레칭 등의 신체활동을 늘리면서 규칙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평소 습관보다 빨리 잠자리에 들어 적정 수면시간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동의의료원 오동일 과장은 “청소년 비만 치료는 성인과 달리 자녀가 성장하고 있는 점, 그리고 단순히 체중 감량만 보지 말고 체지방을 줄이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적당한 칼로리를 섭취하고 생활습관 교정과 운동으로 활동량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학교 신체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오면 반드시 병원의 정밀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구시영 선임기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