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극지해양미래포럼 소속 해설사 선생님들과 함께 사량도(경남 통영시 사량면) 투어에 나섰다. 부산과학문화거점센터 프로젝트인 ‘조간대 생물 조사 보고서’를 제출하기 위한 일정이었고 필자가 자문 역할을 맡았다.

　사량도는 필자가 15년 전부터 즐겨 찾던 곳으로 그동안 부산잠수센터회원, 샐빛수중사진동호회 회원, 부산시 의용소방대원, 한국해양대학교 아쿠아맨 동문회, 국제신문 CEO 아카데미 회원 등과 함께 휴식과 우정을 나눠왔던 친숙한 공간이다. 특히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샐빛수중사진 동호회 김성심 회원이 2016년 5월 사량도에 정착하면서 사량도는 더욱 친근한 곳이 되었다. 김 씨는 30대 초반 스쿠버 다이빙에 입문한 뒤 열정적으로 국내외 포인트를 섭렵하던 중 사량도에 꽂혀버렸다. 한동안 소식이 끊겼던 그녀는 ‘사량도다이빙센터’ 개소 소식을 알려왔다.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섬에 정착할 수 있을까 ? 주변의 우려가 컸지만 붙임성 좋은 성격에 진솔한 성품이 더해지며 정착 초기의 어려움을 뒤로하고 지금은 현지 주민들로부터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꽃을 닮은 멍게-사량도 해역 곳곳에는 멍게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어 꽃밭을 연상케 한다.

상도와 하도로 나뉘어 있는 사량도는 섬 주위에 감동여, 나란여, 물숭여, 큰나무여 등 바위섬 형태의 여가 많다. 이곳의 매력은 다양한 해양생물을 관찰할 수 있다는 점과 각각의 포인트들이 갯바위 형태를 띠고 있어 스쿠버다이버만의 놀이터가 된다는 점이다. 갯바위로 떠날 때 솥과 버너를 챙겨 나가 닭이나 오리를 삶기 시작하면, 첫 다이빙을 마치고 나올 무렵 그럴싸하게 익어 있다. 여기에 준비해간 해삼, 전복, 소라, 문어 등을 넣어서 함께 고아내면 용왕님이 즐기신다는 ‘해신탕’을 맛볼 수 있다. 바닷속은 통영 앞바다답게 멍게의 천국이다. 어디를 둘러봐도 멍게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어 마치 장미꽃이 활짝 핀 정원을 보는 듯하다. 바위 틈을 살피면 십중팔구 문어를 관찰할 수 있다. 멍게 조업에 나선 해녀가 한나절 동안 짬짬이 잡아 올린 문어가 10여 마리는 된다 하니 문어가 얼마나 많은지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문어가 많다는 것은 문어가 잡아먹는 소라나 전복 또한 많다는 이야기이다.

	먹물을 뿜어내는 문어-자신을 따라오는 다이버에 신경이 예민해진 문어가 먹물을 뿜어내고 있다. 사량도 바다 속에서는 문어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붙박이 어류인 볼락, 자리돔, 용치놀래기, 망상어 등에 더해 계절에 따라 돌돔, 감성돔, 참돔 등이 회유하는 데다, 난류가 확장될 때면 박쥐고기, 범돔, 파랑돔, 쏠배감펭까지 관찰할 수 있다. 수면 휴식시간 동안 갯바위 위를 둘러보면 따개비, 거북손, 해변말미잘, 집게, 담치 등 다양한 조간대 생물을 관찰할 수 있어 꼭 다이버가 아니라도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조간대 관찰은 시간대를 잘 맞추어야 한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아침 일찍 조간대 갯바위를 둘러보는 것이 좋다. 잠에서 깬 따개비나 거북손 등이 먹이 사냥을 위해 만각을 휘두르는 장면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닷속과 조간대 갯바위 등에서 다양한 해양생물이 삶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사량도 해역은 마치 해양동물 사파리 공원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무리를 이룬 볼락-수중 암반이 형성된 곳에 볼락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다. 야행성인 볼락들은 낮 시간 암초 인근에 모여 휴식을 취한다.

	가자미-사량도를 찾은 관광객이 수중카메라로 가자미의 생태를 기록하고 있다.

	청정해역 해마-청정해역인 사량도 주변 얕은 수심대에는 멸종위기종인 해마가 종종 발견된다.

	갯바위 거북손-이른 아침 거북손들이 먹이 사냥을 위해 만각을 일제히 내밀고 있다. 거북손, 따개비 등 절지동물의 만각을 제대로 관찰하기 위해서는 이른 아침에 바다로 나서는 게 좋다.

	망중한-해양생물 관찰활동을 마친 극지해양미래포럼 소속 해설사 선생님들이 장비 세척통에 들어가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사량도

사량도는 행정구역상 경남 통영시 사량면에 속한다. 섬은 1.5km가량의 거리를 두고 이웃해 있는 상도와 하도로 나뉜다. 면적은 아랫섬이 더 크고, 인구는 윗섬이 더 많다. 면사무소가 있는 곳도 윗 섬이며 사량대교로 연결되어 있다. 과거 사량도를 찾는 관광객은 등산객과 낚시꾼의 두 부류였지만 지금은 입소문을 타고 스쿠버 다이버의 방문이 늘고 있다. 사량도로 들어가는 도선은 경남 고성 용암포와 통영시 가오치항 두 군데서 출발한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