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어막 장 점막세포 느슨해져
- 해로운 바이러스·세균 혈류 유입
- 복통 넘어 피로·관절통·발열 등
- 몸에 다양한 면역반응 일으켜
- 만성 난치성질환 될 가능성도

- 음식 알레르기검사로 확인 가능
- 병원체·항원 등 원인 제거해야

식사 후 배에 가스가 차고 더부룩하다. 손발도 붓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근육이 뻣뻣하다. 특정 음식을 먹고 나면 머리가 맑지 못하고 흐릿하다. 이런 증상은 혹시 장이 새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봐야 할 적색신호다.

사람이 섭취한 음식물은 분해과정을 거쳐 장에서 흡수된다. 장 점막세포는 분해가 덜 된 음식물이나 해로운 세균들이 장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단단히 결합되어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장 점막세포가 느슨해지면 음식물이나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가 장을 통과해 혈류로 유입되고 이로 인해 다양한 면역 반응이 일어난다. 이를 ‘새는 장 증후군(Leaky gut syndrome)’이라 한다.

우리 몸의 1차 방어선인 장 점막세포는 다양한 이유로 느슨하게 된다. 소화효소(위산·췌장효소·담즙) 분비 저하, 항생제와 진통소염제 및 스테로이드의 잦은 복용, 과도한 스트레스, 장내 미생물 불균형, 밀가루·유제품·콩·옥수수 등의 음식 알레르기, 방사선치료·표준항암화학요법에 의한 장세포 손상이 그것이다.

■문제는 장 점막세포

‘새는 장 증후군’과 관련된 증상은 장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부위에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피로감과 권태감, 편두통, 관절통, 원인 모를 발열, 음식 과민성, 복통, 복부팽만감, 설사, 피부발진, 인지와 기억력 감소, 짧은 호흡, 운동지구력 감소 등 신체 전반적으로 증상이 생긴다. 이러한 증상들이 꾸준히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만성 난치성 질환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어 특히 유의해야 한다.

과민성대장증후군, 염증성 장 질환(크론병·궤양성 대장염), 만성 피부질환(여드름·습진·건선·두드러기·포진피부염 등), 자가면역질환(류마티스 관절염·루프스·그레이브스병·하시모토 갑상선염 등), ADHD, 자폐증, 각종 음식과 화학품에 대한 과민성 등 많은 질환이 ‘새는 장 증후군’과 연관되어 있다.

혹 자신과 관련된 증상은 없는지, 관련된 질환으로 치료받고 있으나 근본 원인이 간과되고 있지 않은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위장관의 기능을 평가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대변을 통해 장의 염증을 측정하고 만니톨-락툴로즈 검사로 장내 투과도를 검사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음식에 대해서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면 ‘새는 장 증후군’의 가능성이 커 음식 알레르기 검사가 필요하다. 이 검사를 통해 급성 증상을 일으키는 IgE 매개 반응과 지연성 증상을 일으키는 IgG 매개 반응을 모두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 반복되면 점검해봐야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소아청소년과 김형영 과장이 복통을 호소하는 ‘새는 장 증후군’ 의심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김형영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소화기능을 유지하고 망가진 장 점막을 회복시켜 ‘새는 장 증후군’을 치료하기 위해 ‘4R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우선 제거(Remove). 관련 검사를 통해 병원체, 외부 독소, 항원 등 원인을 제거한다. 병원체 중 곰팡이균이 가장 문제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당분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면 곰팡이균이 증가한다. 식사는 쌀(쌀이 가장 알레르기 지수가 낮음)을 기본으로 항원의 가능성이 가장 큰 음식(밀가루 유제품 달걀 옥수수 콩 이스트 조개류 땅콩 유기산 과일류 등)부터 제거하는 것을 권한다.

다음은 보충(Replace). 부족한 소화 효소(위산보충제, 췌장 효소)를 보충한다. 구체적 음식으로 파파야 파인애플 등이 소화효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

재공급(Reinoculate)도 빼놓을 수 없다. 정상적인 장내 세균총의 균형을 찾는다. 여러 가지 종류의 균종이 섞여 있는 프로바이오틱스와 유산균의 먹이 역할을 하는 프리바이오틱스(이눌린, 올리고 과당 등)를 함께 복용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복구(Repair). 장 점막의 재생과 치유를 위해 영양을 공급한다. 글루타민, 필수 지방산, 아연 그리고 판토텐산(비타민 B5) 등이 필수 영양소다.

김형영 과장은 “장 점막의 투과성이 증가된 상태에서 여러 증상을 유발하는 ‘새는 장 증후군’은 정확한 이해를 통해 장 건강뿐만 아니라 다양한 만성질환을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다”며 “해결되지 않는 증상이 반복될 때 나의 장이 새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흥곤 선임기자 h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