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골어류 홍어목에 속하는 쥐가오리는 성체의 양쪽 지느러미 너비가 7~8ｍ, 무게가 0.5~1.5ｔ에 이르는 대형 어종으로 80년 이상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쥐가오리가 헤엄치는 모습이 마치 넓적한 모포가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보여 만타(Manta)란 이름이 붙여졌다. 만타는 스페인어로 모포나 넓적한 숄을 의미한다. 아마 대항해시대 태평양을 건너던 스페인 선원에 의해 만타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쥐가오리의 몸은 편평하고 넓다. 특이하게도 커다란 가슴지느러미의 연장부가 머리지느러미 형태로 돌출되어 있는데, 이것이 쥐의 귀를 닮았다고 우리나라에서는 ‘쥐가오리’로 불리게 되었다. 영미권에서는 이 머리지느러미가 악마의 뿔을 닮았다고 해서 ‘악마가오리(Devil ray)’라고 이름 지었다. 쥐가오리는 생긴 모양이나 덩치에 비해 온순하다. 플랑크톤을 주식으로 삼으며 작은 새우보다 큰 먹이는 먹지 못한다.

●몸의 구조가 특이한 쥐가오리

쥐가오리는 특이하게도 머리지느러미의 길이가 폭의 두 배 정도 된다. 머리지느러미는 헤엄칠 때는 말려들지만 먹이를 먹을 때는 곧게 펴져 물길을 만든다. 이러한 동작을 통해 물속의 플랑크톤을 모은 다음 직사각형 모양의 거대한 입을 벌려 바닷물과 함께 실려 온 크릴 등의 플랑크톤을 걸러 먹는다. 입 안쪽으로는 작은 이빨이 돌을 늘어놓은 것처럼 줄지어 배열되어 있다. 꼬리에는 톱니를 가진 가시가 있고, 꼬리의 길이는 체반보다 세배 정도 길다. 눈은 측면에 있고 아가미는 복부에 위치해 있다. 넓적한 판 모양으로 생긴 아가미에는 운동 기능이 없다. 경골어류에 속하는 일반적인 어류는 아가미를 능동적으로 움직이며 물을 들이켜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를 흡수하지만 쥐가오리는 다른 연골어류에 속하는 어류와 한가지로 아가미가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거대한 입을 벌린 채 끊임없이 헤엄치면서 물이 아가미를 지나도록 해줘야 한다. 이때 아가미에 몰려 있는 실핏줄이 물에 녹아 있는 산소를 흡수한다. 쥐가오리는 주로 북위 35도에서 남위 35도 사이의 온대성, 열대성, 아열대성 해역에 서식한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나라 서해 흑산도 해역에도 쥐가오리가 출몰한다는 점이다.

쥐가오리가 바닷속에서 유영하는 모습은 마치 넓은 지느러미를 이용해 하늘을 날아다니는 듯 보인다. 그런데 이들의 움직임이 물속에서만 관찰되는 것은 아니다. 강력하게 발달한 가슴근육 운동으로 수면을 박차고 5ｍ 이상을 날아오르기도 한다. 쥐가오리가 수면 위로 몸을 솟구치는 이유에 대해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블로그에는 ‘수컷만이 점프를 하는데 이는 몸이 해수면과 부딪히면서 생긴 파동, 진동으로 암컷의 시선을 모으기 위해서’라고 설명되어 있다. 하지만 라이프지에서 발행한 『세계의 야생동물』 편에는 암컷이 새끼를 낳을 때 수면을 박차고 오른다고 기록되어 있다. 혹자는 암컷이나 수컷 모두 몸에 붙어 있는 성가신 것을 떨어내기 위해서도 뛰어오른다고 한다. 쥐가오리의 점프는 하나의 이유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듯하다. 이들이 왜 뛰어오르는지는 이들만이 알 일이다.

●Pray to God

멸종위기종인 쥐가오리는 자연 상태에서뿐 아니라 수족관에서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일본 오키나와 츄라우미 수족관에 쥐가오리가 전시되어 관람객으로부터 인기를 끌자, 2012년 7월 개관한 ‘아쿠아플라넷 제주’는 쥐가오리를 들여왔지만 한 달도 못 돼 폐사하고 말았다.

스쿠버다이버는 수족관에서 쥐가오리를 보는 데 만족하지 않고 이들을 찾아 바다로 떠난다. 그래서일까 쥐가오리가 출몰하는 해역은 스쿠버 다이버에게 로망이다. 쥐가오리가 출몰하는 해역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곳으로는 팔라우의 게르만 채널을 꼽을 수 있다. 게르만 채널은 1899년~1914년 팔라우 군도를 점령한 독일이 자국 선박의 원활한 항해를 위해 산호초를 발파해 만든 항로이다. 게르만 채널은 주변 바다에 비해 비교적 수심이 얕은 데다 돌출된 수중 언덕이 산호초 형태로 발달되어 클리닉 스테이션으로서의 입지를 갖추었다. 그런데 쥐가오리가 언제 클리닉 스테이션을 찾을지 알 수 없다. 물속에 들어가 기다리다가 쥐가오리가 때 맞춰 나타나면 볼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돌아서야 한다. 게르만 채널로 입수하기 전 현지 가이드들은 다소 진지한 표정으로 “Pray to God(하나님께 기도하다)”라이라고 외쳤다. 쥐가오리를 보지 못하더라도 그건 신의 뜻이지 자신의 잘못은 아니라는 복선이다. 아마 쥐가오리를 만나지 못한 다이버가 가이드에게 불만을 터뜨리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팔라우를 세 차례 방문했다. 쥐가오리와의 첫 번째 만남은 2005년 6월, 수심 15ｍ의 비교적 얕은 수심에서였다. 30여 분의 시간이 지나고 공깃통 속의 공기가 얼마 남지 않아 수면 상승을 결정해야 할 때였다. 순간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었다. 위를 올려다봤더니 3~4ｍ 크기의 비행물체가 머리 위를 지나고 있었다. 쥐가오리였다.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의 거리에서 헤엄치고 있는 대형 어류의 모습은 환상적이었다. 짧은 만남에 대한 아쉬움으로 2011년 여름 다시 팔라우로 향했다. 혼자 떠난 여행이었기에 일정을 내가 원하는 대로 정할 수 있었다. 쥐가오리를 볼 때까지 게르만 채널에 머물 생각이었다. 간절한 기다림에 답이 있었는지 이틀 연속 쥐가오리를 만났었다. 둘째 날은 4마리가 줄을 지은 채 모습을 드러냈었다. 물속에서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사라질 듯 멀어져 가던 쥐가오리들은 커튼콜에 화답하듯 다시 돌아오더니 눈앞에서 텀블링 묘기를 선보였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클리닉 스테이션(Clinic station)이란

쥐가오리 등 대형 어류는 기생충, 병든 조직, 이빨 사이에 낀 음식물 찌꺼기 등을 제거하기 위해 일정한 지역에 습관적으로 모여든다. 이곳에는 청소놀래기 등 클리닉 피시(Clinic fish)가 머물다가 클리닉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대형 어류에 접근해 몸을 청소해준다. 물론 이 과정을 통해 청소놀래기들은 기생충, 죽은 조직, 음식물 찌꺼기 등을 먹잇감으로 제공받으니 이들의 공생은 원만하게 이루어지는 셈이다. 현지 가이드가 게르만 채널의 특정 지점으로 다이버들을 안내하는 것도 쥐가오리와 청소놀래기의 공생이 이루어지는 클리닉 스테이션의 위치를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날아오르는 쥐가오리-쥐가오리가 수면을 박차고 날아오르고 있다. 쥐가오리의 점프는 하나의 이유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듯하다. 이들이 왜 뛰어오르는지는 이들만이 알 일이다.

	덤블링 하는 쥐가오리-쥐가오리가 작은 물고기 무리 사이에서 덤블링하듯 몸을 회전하고 있다. 작은 물고기들은 잠시 자리를 내어 줄 뿐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쥐가오리는 크릴 보다 큰 먹이를 먹지 못한다. 이들도 쥐가오리의 비밀을 알고 있는 듯 보였다.

	쥐가오리-쥐가오리 네 마리가 입을 벌린 채 다가오고 있다. 입을 통과한 물은 아가미를 지나면서 산소가 흡수된다. 이를 지켜보는 가이드의 자세에서 대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묻어난다.

	쥐의 귀를 닮아 쥐가오리-쥐가오리는 특이하게도 커다란 가슴지느러미의 연장부가 머리지느러미 형태로 돌출되어 있는데, 이것이 쥐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쥐가오리’라 부른다.

	만타가오리-다이빙을 마치고 수면 상승을 하면서 쥐가오리를 내려다 봤다. 마치 모포가 둥둥 떠 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스페인 선원들이 만타라 부른 이유를 알 만하다.

	빨판상어-빨판상어 두 마리가 쥐가오리 배에 붙어 있다. 빨판상어는 상어, 쥐가오리, 바다거북 등 대형 바다동물 몸에 붙어 다니면서 먹이활동, 이동의 편의성 등을 제공 받는다.

	클리닉 스테이션을 찾은 쥐가오리-클리닉 스테이션에 모습을 드러낸 쥐가오리가 바위 뒤에 몸을 숨기고 있는 필자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눈은 측면에 각각 위치해 있는데 사진에 왼쪽 눈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