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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기자의 육아뒷담 시즌 2 <3>아이스케키의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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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살 생일 무렵, 아들네 어린이집에서 같은 달 태어난 애들을 한데 모아 생일잔치를 해줬다. 이날 담임 선생님이 보내온 사진을 보고 나는 모골이 송연해졌다. 고깔모자를 쓴 아들이 같은 반 여자 아이와 입을 맞추고 있었다.

   
급히 담임에게 전화해 물었다. “혹시 이 사진을 여자 아이네 부모님께도 보내주셨나요?” 반갑지 않은 대답이 돌아왔다. “네, 애들 너무 귀엽죠?” 다짜고짜 여자 아이네 부모님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내 요청에 담임은 당황했다. “아버님, 왜 그러세요?” 나는 아이가 그 댁 따님과 입 맞춘 일에 대해 사과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교육하겠다는 뜻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둘을 입 맞추게 한 건 선생님들이었다. 평소 두 아이가 늘 짝꿍을 이루고 서로 좋아하는 거 같아서, 그게 귀여워 보여서 생일이니까(?) 뽀뽀를 시켰단다. 빡침을 가까스로 추스르며 그러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여자 아이네 연락처를 알려줄 수 없다면, 사과를 꼭 전해달라고 말했다. 강하게 말하긴 했는데 담임이 실제로 이걸 전달해줬을지는 모르겠다.

나는 여자 애들 치마를 들치는 ‘아이스케키’를 하고 도망치는 걸 즐겨하는 초등학생 1학년이었다. 유치원 다닐 땐 서너 명이 가위바위보를 하고, 진 사람이 성기를 보여주는 놀이를 하면서 낮잠 시간을 때웠다. 이 놀이는 늘 주변 남자, 여자 애들이 같이 했다. 마찬가지로 유치원생일 때, 공용 화장실에서 소변 보는 여자 애를 옆칸에서 떼로 내려다 보면서 놀렸다. 이 일로 꾸중 이상의 처벌을 받은 적은 없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기억을 털어놓는 것조차 아슬아슬하게 느껴진다. 왜 그러고 놀았는지, 그때 성적인 인지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설명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런데 무의미하다.

성인지. 아이를 키우며 가장 걱정되는 영역이다. 잘 모르겠어서 그렇다. 위와 같은 기억이 모두 ‘장난’으로 남아 있는 경험이 내 성인지 감수성의 토대를 이룬다. 이 ‘감수성’이란 표현은 적절한 거 같다. 학습이나 노력만 가지고 개조가 잘 안 된다. 지금의 나는 그저 옛날과는 아주 많은 것이 달라졌고, 이제 위와 같은 짓이 단순히 ‘놀이’나 ‘장난’으로 끝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 정도만 인지한다. 근데 뭐가 어떻게 변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따라서 아들한테 뭘 훈육해줘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이스케키라는 ‘놀이’는 머잖아 신화가 될 것이다. ‘어린 아이들이 장난으로 여자아이의 치마를 들치며 내는 소리’라는 사전적 의미에도 상당한 수정이 가해질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아마 성인지 관련 수업 시간에 ‘과거 잘못된 성인지로 인한 폐단·구태적 놀이문화’의 한 예로 등장하게 될 거 같다.

곧 태어날 둘째는 딸이다. 시절이 변했다고 해도 나는 남자 애들의 성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안다. 나도 남자애였다. 그런데 여자 애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른다. 딸을 키우는 과정에서 내 이해나 인지도도 맞춤하게 키워낼 수 있을까. 아이스케키가 놀이였던 때 학창시절을 보낸 30대 중반 아빠는 이 점이 심히 걱정된다. 돌이켜보니 아들의 첫 뽀뽀 사실을 알게 된 내가 취해야 했던 행동은 서글프다. 개인적인 감상이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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