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진료실에서]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나태주의 ‘풀꽃’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12-21 19:42:00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올 상반기 한 케이블방송에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됐다. 대학병원 의사들의 생활을 소재로 한 드라마로, 주인공 의사들은 외모가 준수할 뿐만 아니라 의술도 출중하여 상태가 위중한 환자들의 수술도 곧잘 해냈다. 인품과 심성도 아름다워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장면도 적지 않았다. 일반 시청자들에게도 공감을 얻었는지 시청률도 꽤나 높았다. 시즌2도 현재 준비 중이라고 한다.

병원 생활, 특히 의사의 생활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흥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등의 장소와 사연 많은 여러 가지 질병은 감동적인 스토리를 만들어내기에 더없이 좋다. 전문직 종사자가 많은 곳이라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소재도 아직 많다. 그래서 의학드라마는 대체로 꽤 극적이면서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중환자가 많고 진료과 간에 협력이 자주 필요한 대학병원과 달리 평범한 의사들이 겪는 일상은 드라마 속 그것과는 다소 괴리가 있다.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의사 생활이 흥미롭고 극적인 경우보다는 반복적인 부분이 많고, 심지어 다소 무료하고 답답하다고 느끼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체 의사 중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이는 극히 일부다. 대다수 의사의 일상은 매우 조용히 흘러간다. 좁은 진료실에 앉아 환자가 오기를 기다리고, 환자가 오면 호소하는 문제를 듣고 해결해준다. 전문 분야가 있는 경우엔 한정된 질환의 환자들이 오기 때문에 호소하는 문제도 거의 대동소이하다. 특히 개업의에게 이런 현상이 더 좁은 공간에서 일어나며, 통상 수십 년간 반복된다.

10여 년 전 대학병원 생활을 마치고 지금의 병원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당시에는 대학병원 생활에 약간 지쳐있어서인지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을 하고 주말에는 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만족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허나, 몇개월이 못 돼 매너리즘에 빠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상당히 분주했던 대학병원 생활에 오랜 기간 적응해 있어서 오히려 평범한 일상에 적응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 이런 감정은 많은 직장인도 느끼고 있고, 클리닉에서 일하는 대다수 의사가 더 자주 느끼고 있을 것 같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다. 이 짧은 시 구절에서 불현듯 답을 얻은 것도 같다.

의사로서 삶이 길어질수록 인생을 공유하는 환자 수도 늘어간다. 해가 갈수록 그분들을 만날 때 처음에는 이해하고 느끼지 못했던 부분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진료하는 질병도 마찬가지다. 같은 질병이라도 오래 진료할수록 점점 더 자세히 보인다. 오래 보고 자세히 알게 되면 애정도 생기게 된다. 매일 진료를 하다 보니 점점 더 느끼게 된다. 나보다 훨씬 오래 환자를 진료한 많은 선배의사도 이런 마음으로 묵묵히 진료실에서 인생을 살아 오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김용기내과 최보광 과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강서·기장 인구 늘어 ‘행복한 고민’
  2. 2내달 예정됐던 사송신도시 준공, 2023년 12월로 연기
  3. 3오거돈 임명 6대 공기업 수장 중 첫 사의…남은 5인 거취 촉각
  4. 4롯데 새 감독 래리 서튼은 누구?
  5. 5[단독]부산 사하구 병원에서 20대에 금지된 AZ 접종해 논란
  6. 6부산 확진자 한달 새 절반 ‘뚝’…평일 점심 5인 이상 허용되나
  7. 7[단독]아스트라제네카 접종 부산 경찰, 시력저하 호소하며 입원
  8. 8AZ 기피 늘어도…‘노쇼백신’ 일부 병원 대기자만 100명
  9. 9신항 물동량 장기계약…새 부두 일감 비상
  10. 10롯데, 허문회 감독 경질...후임 래리 서튼 감독
  1. 1홍준표 복당 선언에…국힘 PK 초선들 찬반 팽팽
  2. 2취임 4주년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33.9%
  3. 3국힘 당권 레이스, 불 붙은 혁신경쟁
  4. 4문재인 대통령 "흠결 무안주기식 청문회" 장관후보 3인 임명강행 의지
  5. 5부산 여야정 상생협의체 구축 합의…초당적 협치 가속화
  6. 6문재인 대통령 “이재용 사면, 국민공감대 고려해 판단”…지역은 또 패싱
  7. 7부산부동산특위서 빠진 공무원 “박형준 의도적 교체” 공개 반발
  8. 8이한동 전 총리 별세…여야 조문 행렬
  9. 9영남 잠룡들 기지개…대선 판 움직일까
  10. 10문재인 대통령 10일 특별연설…코로나 경제 청사진 언급 전망
  1. 1오거돈 임명 6대 공기업 수장 중 첫 사의…남은 5인 거취 촉각
  2. 2신항 물동량 장기계약…새 부두 일감 비상
  3. 3“헉! 문자 잘못 보냈다”…이제 발송 취소돼요
  4. 4오리엔트조선 인수 우선협상자에 우성마린엔지니어링
  5. 5LH 임직원들, 경남혁신도시서 690억 시세차익 챙겼다
  6. 6가덕도 사전타당성 용역 입찰, 다시 유찰
  7. 7[경제 포커스] 남부발전 20년만의 캐릭터, 부산대 학생이 선물
  8. 8공정위 ‘해운사 가격담합’ 제재 착수
  9. 9말 바꾼 해수부, 북항 감사 이번주에도 계속 진행
  10. 10부산시 소상공인 제품 디자인 ‘업’…O2O 장벽 허문다
  1. 1강서·기장 인구 늘어 ‘행복한 고민’
  2. 2내달 예정됐던 사송신도시 준공, 2023년 12월로 연기
  3. 3[단독]부산 사하구 병원에서 20대에 금지된 AZ 접종해 논란
  4. 4부산 확진자 한달 새 절반 ‘뚝’…평일 점심 5인 이상 허용되나
  5. 5AZ 기피 늘어도…‘노쇼백신’ 일부 병원 대기자만 100명
  6. 6박형준 시장, 산학협력·대기업 유치 등 경제 활성화 올인
  7. 7부산도 택배갑질 터질라…신축아파트 주차장 높이 갈등
  8. 820대 남성, 킥보드 타고 광안대교 올라가 뛰어내려
  9. 9공유 킥보드는 안전모 단속, 공유 전기자전거는 괜찮다?
  10. 10부산 코로나19 신규 확진 이틀째 10명대, 부산대 산발적 감염
  1. 1롯데 새 감독 래리 서튼은 누구?
  2. 2롯데, 허문회 감독 경질...후임 래리 서튼 감독
  3. 3“최강은 나야 나”…‘고교 월드컵’ 16일 개막
  4. 4절치부심한 거인, SSG ‘쓱’ 누른다
  5. 5류현진 13일 ‘투타 활약’ 기대하시라
  6. 6‘약속의 땅’서 부활한 매킬로이…18개월 만에 정상
  7. 7부산 아이파크 황준호, K리그2 11라운드 MVP… 부산은 ‘베스트 팀’
  8. 8선두와 막상막하…봄잠 깬 거인 달라졌네
  9. 9손흥민 EPL 17호 골 맛…전설 ‘차붐’과 어깨
  10. 10코로나가 앗아간 레슬링 올림픽 출전권
우리은행
캠핑 요기요
김해 신어산 자연숲 캠핑장
외국인 유학생과 함께 ‘랜선 부산여행’
팔색조 부산의 매력
  • 해양컨퍼런스
  • 생명의강 낙동강 수필공모전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