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연제구와 최초 시행
- 저렴한 비용에 전문성 갖춰
- 맞벌이·한부모가정 고민 해결
- 중년여성 일자리 창출 효과도

- 올해 지역 금융기관 후원받아
- 부산 전역으로 사업 확대 시행

자녀가 아프면 부모도 아프다. 몸도 마음도 지친다. 자녀가 어릴수록 부모가 느끼는 아픔의 정도는 더욱 커진다. “차라리 내가 아프고 말았으면” 하는 생각만 든다. 맞벌이 부부는 자녀가 아파 입원하거나 보육시설에 가지 못해 집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면 혼비백산한다.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고모 이모 삼촌 모두 총동원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맞벌이 부부들은 휴가를 내거나 간병인을 불러야만 한다. 이런 맞벌이 부부의 가장 큰 고충, 아픈 자녀의 간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부산의 한 복지사업이 눈길을 끈다.

부산 돌봄 사회서비스센터의 전문 병원 아동보호사가 입원 중인 어린이를 돌보고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전문적인 간병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이용자들의 반응이 좋다. 부산 돌봄 사회서비스센터 제공

■간병 스트레스 심각

직장인 박모(여·36·부산 강서구) 씨는 최근 자녀가 폐렴에 걸려 닷새간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친정은 대전에 있고, 시부모는 거동이 불편한 터라 아이의 간병을 부탁할 피붙이도 없는 상황. 게다가 주말이라도 끼었으면 다행일 텐데, 아이가 월요일에 입원해 휴가를 꼬박 닷새나 내야 했다. 간병서비스를 받자니 시간당 1만 원인 비용이 만만찮아 포기했다. 하루 8~9시간 5일 간병서비스를 이용하면 50만 원에 육박하는 비용이다. 회사의 중요한 계약이 임박해 사무실이 분주한 상황에서 휴가를 냈더니 눈치란 눈치는 다 받아야만 했다. 박 씨는 “간병서비스의 비용도 상당하지만 ‘너만 부모냐’는 따가운 눈총을 직장에서 받는 게 더 힘들다. 남편, 친정 부모님, 시부모님, 심지어 아이까지 원망하게 된다”며 “이러니 다 낫지도 않은 아이를 무리하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는 ‘나쁜 엄마’가 많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부모 가정의 사정은 맞벌이 가정보다 더욱 심각하다. 게다가 자녀가 둘 이상인 가정에서 한 아이가 전염성이 있는 질환을 앓거나 장기 치료를 받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40대 여성 직장인은 “아이가 아플 땐 꿈이나 경력 따윈 안중에 없다. 경제적 형편만 된다면 당장이고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전했다.

■저렴한 비용으로 전문 간병인 도움

‘사단법인 부산 돌봄 사회서비스센터(이하 돌봄 센터)’가 직장 맘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많은 39.2%가 ‘아이가 아플 때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고 답할 정도로 ‘간병 스트레스’는 심각하다.

2016년 부산지역 지자체 중 최초로 연제구와 함께 지역 맞벌이·한부모 가정을 대상으로 영·유아 간병서비스를 실시했던 돌봄 센터는 올해 대상을 부산 전역으로 확대했다. 이 사업은 맞벌이 부모에게 상당한 호응을 얻으면서 BNK부산은행이 ‘두루누리 아동 간병 서비스’로 선정해 지원한다.

기준 중위소득 150% 이하인 맞벌이·한부모 가정은 시간당 2000원, 150% 이상은 시간당 4000원만 내면 돌봄이 필요한 자녀(10세 이하)가 ‘전문 병원 아동보호사’의 간병을 받을 수 있다. 가구당 연간 최대 40시간을 이용할 수 있고, 이를 초과하면 시간당 간병서비스 비용은 1만 원이다. 최대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비상 서비스 체제를 가동해 주민등록등본과 건강보험납입증명서만 돌봄 센터로 접수하면 센터는 즉각 서류 심사를 진행한 뒤 전문 병원 아동보호사를 섭외해 현장으로 파견한다. 한 이용자는 “지인의 소개로 이런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신청했는데, 이런 게 복지라는 생각이 들 만큼 매우 좋은 사업”이라며 “더욱 많은 가정에 간병 서비스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사업이 아닌 정책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돌봄 센터는 연제일신병원과 협약을 하고 보호사 인력 40명을 양성해 올해 아동 100명에게 간병 서비스를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맞벌이·한부모 가정은 물론 중장년 여성에게도 일자리가 제공되는 효과가 있다. 지난달부터 부산진구 2건, 연제구 2건, 수영구와 강서구에 각각 1건의 간병서비스 지원이 있었다. 센터는 내년부터 서비스 대상을 맞벌이 여부와 관계없이 2자녀 이상 가구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안혜경 부산 돌봄 사회서비스센터장은 “조력할 친지가 없는데 휴가 사용은 어렵거나 간병비가 부담돼 아픈 아이를 보육시설에 보낼 수밖에 없는 부모들에게 간병 스트레스는 상당하다”며 “서류 심사만으로 손쉽고 저렴하고 무엇보다 빨리 간병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이용을 당부한다”고 설명했다. 문의 (051)852-0540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두루누리 아동 간병 서비스란 이용대상 맞벌이·한부모 가정 비용 -중위소득 150% 이하 시간당 2000원 -중위소득 150% 이상 시간당 4000원 신청방법 주민등록등본, 건강보험납입증명서 접수 운영 ㈔부산 돌봄 사회서비스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