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리그 3번째 ‘홈런 父子’로 기록
- AL, NL에 5-2… 8회 연속 승리
- 오타니 무안타, 승리투수는 챙겨

‘오타니스타전’에서 가장 빛난 건 오타니가 아닌 게레로 주니어였다.

MLB 아메리칸 리그 1루수 게레로 주니어가 14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 MVP상을 받은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USA TODAY Sports 연합뉴스

14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올스타전에서 캐빈 캐시 탬파베이 레이스 감독이 이끈 아메리칸리그(AL)가 데이브 로버츠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감독이 지휘한 내셔널리그(NL)를 5 대 2로 꺾었다. 이로써 AL이 8회 연속 올스타전 승리를 가져갔다.

생애 첫 올스타전 무대에서 AL 선발투수 겸 1번 지명타자로 출전한 ‘투타괴물’ 오타니 쇼헤이(일본·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는 이날 투수로 1이닝 동안 무피안타 무실점, 타자로 2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올스타전에서 선발로 투타 겸업을 한 선수는 오타니가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이다. 시속 160㎞ 강속구를 뿌려대는 선발투수 오타니는 올 시즌 전반기 홈런왕(33개)일 정도로 타자로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그래서 올해 올스타전은 오타니스타전(오타니의 올스타전)이라고 불릴 만큼 야구 천재 오타니에 집중됐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는 투수로서는 완벽했지만 타자로서는 별다른 활약이 없었던 오타니에서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옮겨갔다.

게레로 주니어는 AL 2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1득점으로 활약하며, 최우수선수(MVP)상을 받았다. 만 22세119일인 게레로는 올스타 최연소 MVP 영예까지 안았다. 게레로 주니어는 메이저리그 전설 블라디미르 게레로 시니어의 아들로, 이들은 올스타전에서 홈런을 친 ‘부자(父子) 선수’로 기록됐다. 보비 본즈(1973년)-배리 본즈(1998·2002년), 켄 그리피(1980)-켄 그리피 주니어(1992년)에 이은 3번째 부자 선수다. 게레로 주니어의 올 시즌 홈런은 28개로 ‘라이벌’ 오타니에게 밀려 리그 2위이지만, 이날만은 결정적인 홈런을 터트리며 올스타전 최고 스타가 됐다.

이날 오타니에 이어 타석에 들어선 게레로 주니어는 1회초 첫 타석에서는 땅볼로 물러났지만, 1 대 0으로 앞선 3회초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터트리며 굳히기에 들어갔다. 5회초에는 1사 1, 3루에서 2루수 땅볼로 1타점을 올렸다. 다음 타자인 산더르 보하르츠(보스턴 레드삭스)가 적시타를 추가하면서 AL은 4 대 0으로 앞서 나갔다. NL은 5회말 J.T 리얼무토(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중월 솔로홈런을 터트리며 추격을 시작했으나, 6회초 AL 마이크 주니노(탬파베이)가 달아나는 우월 솔로포로 다시 점수를 벌렸다. NL은 6회말 2사 만루에서 AL 올스타 포수 주니노가 포일을 범해 한 점을 더 따라잡았지만, 이후 추가점을 내지 못해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오타니는 MVP는 놓쳤지만 승리투수는 챙겼다. 1회초 타석에서 먼저 출발한 오타니는 NL 선발투수 맥스 셔저(워싱턴 내셔널스)의 2구째 시속 148㎞ 커터를 쳤지만 2루수 땅볼로 잡혔다. 1회말에는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NL 스타플레이어인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좌익수 뜬공, 이어 맥스 먼시(다저스)와 놀런 에러나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각각 2루수 땅볼, 유격수 땅볼로 잡아 삼자범퇴 처리했다. 오타니는 14개 공을 던졌는데, 가장 빠른 공이 시속 161㎞나 됐다.

2회말 마운드를 랜스 린(시카고 화이트삭스)에게 넘겨주면서 투수로서는 한 이닝만 책임졌으나 바뀐 규정 덕분에 타자로서는 경기를 계속 뛰었다. 3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두 번째 타석에 선 오타니는 바뀐 투수 코민 번스(밀워키 브루어스)의 초구를 쳤다가 1루수 땅볼로 잡혔고, 5회초 무사 1, 3루 세 번째 타석에서 J.D 마르티네스(보스턴 레드삭스)로 교체되면서 올스타전 첫 안타는 끝내 무산됐다. 올스타전 선발투수로 아시아 선수가 등판한 건 2019년 류현진(당시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이후 처음이다. 1995년 노모 히데오(당시 다저스)를 포함하면 역대 3번째다.

오타니는 전날 홈런더비에도 출전했다. 1라운드에서 아쉽게 탈락했지만, 2005년 최희섭(당시 다저스)에 이어 두 번째로 홈런더비에 출전한 아시아 선수가 됐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