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우

- 앞선 2경기서 느슨한 플레이
- 마음 다잡고 호주전 선전 기대

8일 오전 부산 강서구 부산 아이파크 연습구장. 훈련 중인 2군 선수들 틈에 낯익은 얼굴이 함께 뛰고 있었다. 팀의 간판 박종우(23)였다.

박종우는 전날 오전까지 1군에서 훈련했지만 오후에 2군으로 내려갔다. 런던올림픽에서의 활약으로 당당히 '국가대표' 주전 자리를 꿰찬 박종우가 2군에 떨어지는 상황은 누가 봐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안익수 감독은 단호했다. 준비되지 않은 선수는 함께할 수 없다는 안 감독의 지론이 적용된 것이다.

안 감독은 "최근 경기를 보면 예전의 박종우가 아니다. 그의 장점인 투지를 앞세운 터프한 플레이가 사라졌다. 마치 기성용처럼 하려 한다"고 지적한 뒤 "열흘 넘게 고민하다 결국 2군행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박종우는 지난달 27일 제주 원정에서 후반 26분 이성운과 교체된 데 이어 지난 4일 전북과의 원정 경기에서도 후반 23분 이성운과 교체됐다. 국가대표라고는 보기 어려운 플레이를 펼쳤다. 팀은 0-3으로 패했다. '독도 세리머니'에 대한 FIFA 징계 결정이 늦어지면서 정신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박종우답지 않은 경기였다.

2군행을 지시한 안 감독도 박종우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는 않았다. "더 큰 선수가 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본다"면서 "한 단계 성장하고 롱런하는 선수가 되려면 이 위기를 스스로 잘 헤쳐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종우는 심성이 착하고 심지가 곧은 아이라서 잘할 것"이라며 믿음을 보였다.

박종우의 2군 훈련을 지켜본 김인완 코치는 "종우가 최근 1군 훈련에서 그답지 않게 가장 마지막에 뛰더라.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며 "그래도 2군에 내려가서는 눈빛이 달라지더라"고 기대를 내비쳤다.

박종우의 2군행에 대해 구단에서는 안 감독 특유의 '밀당'이 시작됐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안 감독도 "종우가 2군행의 의미를 이해한다면 독기를 품고 훈련해 호주평가전에서 원래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박종우는 자신의 카카오톡 프로필에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라는 글귀 적어놓고 항상 자신을 채찍질한다. 구단 주변에서는 그가 잠시 찾아온 슬럼프를 슬기롭게 빠져나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박종우는 호주평가전을 위해 오는 12일 대표팀에 합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