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컬러영화인 ‘이국정원’을 공연화한 작품이 부산 무대에 오른다. 오는 8일 오후 2시와 6시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은 일반적인 뮤지컬과는 좀 다른 ‘라이브 더빙 쇼’라는 이름으로 소개된다.

　1957년에 제작된 영화 ‘이국정원’은 한국의 유명 작곡가가 홍콩의 미녀가수가 사랑에 빠지지만, 이 둘의 친모가 같을 지도 모른다는 의혹과 함께 비극이 되는 멜로드라마다. 파격적인 내용으로 당시 큰 화제를 모았으나 추후 필름이 소실된 것으로 알려져 문헌으로만 확인할 수 있었다. 1950년대 한국과 홍콩의 합작 영화라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 작품이지만 실체를 확인할 길이 없었다.

　수십 년이 지나 이 영화의 필름이 홍콩 쇼브라더스 창고에서 기적적으로 발견됐지만 복구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돼 있었다. 이 필름을 한국으로 가져와 정교한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쳐서 2013년에 간신히 영상은 복원했지만 사운드를 복원하는데는 실패했지만 불행중 다행으로 대사가 기록된 대본은 발견됐다.

　라이브 더빙쇼 ‘이국정원’은 소리를 잃은 고전영화에 상상력을 더해 당시의 후시작업을 재현한 무대공연이다. 영화 ‘삼거리극장’ ‘러브픽션’을 만든 전계수 감독이 연출하고 박시원 이수안 서현우 김기창 등 실력파 뮤지컬 배우들이 출연한다. 전 감독이 직접 작사하고 김동기 음악감독이 작곡을 맡아 새로운 뮤지컬 음악을 만들었다. 영화 속 다양한 효과음은 폴리(Foley)아티스트 박영수가 현장에서 직접 선보임으로써 토털 라이브 공연 형식이 됐다.

　전 감독은 “이 작업은 연출가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며 “반세기 만에 다시 소환된 이 과묵한 영화에 사운드라는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은 실로 창작욕을 불러 일으키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배우들이 어떻게 말했고 OST는 실제로 어떠했는지 알 길이 없어서 시대적 분위기를 고스란히 재현할 수는 없지만, 현재 배우들의 연기와 연주자들의 음악, 그리고 폴리 아티스트의 퍼포먼스를 통해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욕망의 메시지를 전할 수는 있었다”고 덧붙였다.

　전 감독과 오랜 호흡을 맞춰온 음악감독 김동기가 영화속 노래인 ‘내 마음의 태양’을 비롯해 전체 음악을 새롭게 만들었다. 국내 유명 재즈 연주자들이 라이브 연주를 한다. 밥솥, 장난감, 유리병 등 일상적인 사물을 활용해 다양한 사운드를 만드는 폴리 아티스트 박영수의 음향효과로 공연은 더 생생해졌다. 전석 균일 3만 원.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영화 '이국정원' 라이브 더빙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