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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6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기자간담회. 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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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낭독극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
‘제26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원작으로 한 낭독극 ‘새’를 다음 달 10∼11일 서울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해외 초청작으로 선보인다. 이 공연은 지난 7월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세계 초연돼 현지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새’는 제주 4·3사건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세 여성의 시선을 통해 상처와 역사의 기억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한국 배우 이혜영(64)과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73)가 무대에 올라 각자의 언어로 한강의 소설을 탐구한다. 아비뇽 페스티벌 공연에 이어 국내 초연을 준비 중인 이혜영은 15일 서울 대학로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린 제26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기자간담회에서 “‘새’는 단순한 문학의 각색이 아니라, 문학의 문장을 음성으로 운반하는 방식 자체를 예술로 삼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공연은 이혜영과 위페르가 각각 한국어와 프랑스어로 번갈아 낭독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각자의 언어로 낭독이 이뤄지는 만큼 무대 위 배우는 물론 관객까지 작품의 흐름과 맥락을 끝까지 유지하고 이해하기가 까다롭고 어렵다. 그러나 이혜영은 오히려 그런 점이 이번 작품이 추구하는 창작 지향점이라고 강조했다. 서로 이해할 수 없는 대사를 통한 소통이 그 자체로 새로운 예술적 맥락을 형성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혜영은 “배우 간의 관계보다 작품이 만들어낸 창작 에너지를 관객이 어떻게 보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각자의 언어로 말이 오가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낯선 이방의 언어가 음악처럼 들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관객에겐 위페르의 프랑스어가, 외국 관객에겐 이혜영의 한국어가 소통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지만, 오히려 이해하기 어려운 언어로 풀어낸 대사가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혜영은 이러한 해석이 연출가인 줄리 델리케는 물론 원작자인 한강의 예술적 관점과도 맞닿아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한강 작가가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리허설과 공연을 지켜보며 만족감을 드러냈다”며 “한강 작가는 작품을 무대화하는 것보다 낭독을 통해 원래의 문장이 살아나는 것을 더 좋아했다”고 전했다.
다만 아비뇽 페스티벌과 달리 서울 공연에선 한강 작가가 직접 무대에 오르지 않는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한강 작가는 공연 말미 무대에 올라 소설의 마지막 부분을 직접 낭독해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측은 서울 공연에서도 한강 작가의 출연을 요청했지만, 개인 사정으로 끝내 무산됐다.
이혜영은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한강 작가가 담백하고 냉정한 톤으로 자기 작품을 낭독하는 것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며 “이번 공연에선 한강 작가 대신 다른 배우가 무대에 오를 예정이지만, 같은 대사라고 해도 낭독 주체에 따라 관객의 경험이 달라질 수 있어 못내 아쉽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