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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무섭다고? 괜찮아, 아빠도 그랬단다”

오소리의 시간- 그로 달레 글 /카이아 달레 뉘후스 그림 /공경희 옮김 /길벗어린이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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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만의 세계에 숨어버린 아이
- 용기낼 수 있게 보듬어준 부모
- 현실적 고민 다뤄 몰입감 높여
- 섬세한 심리묘사·그림 인상적

“모든 아이는 학교에 가야 해.” “학교에 가지 않을 거예요.”
학교가 두려운 핌은 어깨를 웅크리고 운동장을 지나간다. 카이아 달레 뉘후스 그림·길벗어린이 제공
학교는 아이가 정식으로 만나는 첫 번째 사회이다. “나, 학교 끊으면 안 돼? 월수금만 가면 안 돼?”가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가 학교에 적응을 못 하면 부모들은 큰 걱정이다. 학기가 시작될 무렵이면 많은 매체에서 ‘새학기증후군’을 다루는 것도 그 때문이다. 새 학기는 낯선 교실과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에게 적응하는 시기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불안감과 스트레스에 따른 정서 불안을 느끼고, 그 탓에 배앓이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스트레스가 심해져서 아이가 마음의 문을 닫고 자기만의 세계에 숨어버리면 큰일이다.

‘오소리의 시간’은 등교를 거부하는 아이의 심리 변화를 세밀하게 따라간다. 저자 그로 달레는 노르웨이의 작가이다. 심리학과 종교학을 공부한 뒤 시인, 소설가, 드라마작가 등으로 활동했다. 가정폭력을 그린 작품 ‘앵그리맨’은 2003년 ‘노르웨이 문화부 선정 최고 어린이 도서상’을 받았다. 그로 달레는 어린이책에서 말하기 어려워하고 꺼리는 주제를 다루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오소리의 시간’은 딸 카이아 달레 뉘후스와 함께 작업했다.

아버지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아이의 심리를 글로 섬세하게 묘사했고, 딸은 강렬한 그림으로 독자의 가슴을 두드린다. 이 책은 어린이에게는 그림책, 어른에게는 많은 생각을 안겨 주는 그래픽노블로 다가온다.

주인공 핌은 오소리에 대해 속속들이 알 만큼 똑똑한 아이였다. 풀밭에서 뛰어놀며 가벼운 일상을 보내던 핌은 학교 갈 생각으로 설렘이 가득했다. “내 책상, 내 자리, 내 교실이 생기고 세상에 대해 전부 읽고 배우겠죠!” 그랬는데 무슨 일인지 학교에 다녀온 뒤로 문제가 생겼다. 학교에 가야 하는데 배 속이 너무 무겁고, 머리에 자갈이 꽉 찬 것처럼 온몸이 아프다. 학교에서는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다. 의사 선생님이 알려준 대로 천천히 숨 쉬어 봐도 아프다.

엄마는 몸이 아파 학교에 갈 수 없다는 핌 때문에 속상하다. “모든 아이는 학교에 가야 해.” 하는 수 없이 학교에 간 핌은 겁 많은 오소리처럼 깊은 동굴로 들어가 아무에게도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을 뿐이다. 선생님은 책상 밑이나 학교 건물 뒤편에 숨는 핌을 찾아내고는 소리친다. “핌! 여기 있으면 안 된다.” 핌은 결국 학교를 박차고 나온다.

집에 와서도 침대 밑에 숨어버린다. 이제는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낯선 환경 앞에서 덜컥 두려움에 사로잡혀 잔뜩 겁먹은 오소리로 변하고, 사람들 눈을 피해 자신만의 장소와 시간을 찾아 숨어드는 핌을 보는 마음이 조마조마해진다. 핌을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 걸까.

오소리가 된 핌에게 아빠가 와서 고백했다. “그거 알아? 어릴 때 아빠도 학교에 가기 싫었지.” 아빠의 고백은 핌에게 큰 위안이 되어주었다. 꾹꾹 눌러둔 목소리가 마침내 쏟아져 나온 핌은 그동안 힘들었던 학교생활을 아빠에게 모두 털어놓는다. 조별 활동, 쉬는 시간, 무섭게 넓은 운동장, 고함 소리, 날아오는 공과 뛰는 아이들, 대리 교사, 시끄러운 복도, 몰려다니는 아이들, 수다, 조용히 있을 곳이 없는 것, 어느 하나가 아니라 몽땅 싫다고.

아빠는 핌의 이야기에 귀기울였다. 공감이 먼저였다. 다음은 핌을 위해 어른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핌에게는 할 수 있는 만큼의 노력을 알려주며 격려했다. 아빠는 핌을 학교에 데리고 가서 “보기만 하라”고 했다. 첫날은 한 시간만 있었고 점차 시간을 늘렸다. 핌은 다른 아이들보다 먼저 학교에 갔다. 책상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 보면 아이들의 시끄러운 소리도 안 들렸다. 가끔 두려움이 깨어나면 핌은 도서관으로 간다. 그곳에는 핌 말고도 오소리 친구들이 몇몇 있었다! 핌은 오소리들과 조용히 책을 읽으며 두려움을 이겨낸다.

그런데 아이들만 오소리가 되는 건 아니다. 어른도 때로 동굴을 파고 숨어버리고 싶은 불안과 스트레스를 겪는다. 이 책은 그 모든 오소리를 응원하는 이야기이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으며 생각을 나누기에도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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