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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21> 조선 선비정신 닮은 ‘사방탁자’

서책 문방구 화병 놓던 ‘서실 총책임자’… 단아함 속 올곧은 기개 느껴져

  • 이준혁 부산박물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2-07-31 19:30:37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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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구 디자인과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어났다. 전통 목가구를 모티브로 한 작품과 현대 가구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자연과 전통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목가구는 현대인에게도 문화적 감성을 충족시켜 주고 편안함을 준다. 또한 전통 목가구는 당시 사람들의 생활 문화 사상까지도 종합적으로 담고 있는 민속 유물이기도 하다. 부산박물관은 조선시대 목가구를 다수 소장하고 있다. 그중에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가장 잘 표현한 ‘사방탁자’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의 목가구는 나뭇결 자체의 자연미를 강조하면서 작고 아담한 형태로 표현되었다. 또 기후와 지형, 주택구조, 실내 공간에 따라 독특한 미를 형성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유교문화로 인해 남녀 공간이 구분되었고, 가구도 공간과 용도에 따라 구조 재질 색채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집안 살림을 맡은 여성의 공간인 안방은 밝고 따뜻한 느낌의 가구로 꾸며졌다. 반면 책을 읽고 손님을 맞이하는 사랑방은 단아하고 검소한 느낌을 주는 목가구를 배치하였다.

사방탁자는 사랑방의 대표적 가구이다. 오늘날 탁자나 테이블의 개념과는 다르다. 사방탁자는 ‘책가도’에서 보이는 서가(書架)이다. 서책이나 문방구류 등을 올려놓거나 화병과 향로 등 장식품을 진열하는 가구다. 조선후기 실학자 서유구가 쓴 ‘임원경제지’에서는 ‘사방탁자를 문방품의 감상을 위해 제작된 가구’라고 기술했다. 당시 문인들 사이에서는 사방탁자가 ‘서실의 총책임자’라고 불렸다는 기록도 있다. 이는 조선시대 문인의 사랑을 흠뻑 받았던 가구였던 사실을 말해준다.

부산박물관의 사방탁자는 수납공간과 진열공간이 함께 구성되었다. 하단은 여닫이 서랍으로 제작되었으며, 상단은 사각의 곧은 기둥에 층널을 연결하여 사방이 트여 있다. 목가구의 실용성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감상을 좋아하는 선비들 취향을 잘 살린 구조다. 간결한 형태지만 단아한 품격을 지니고 있으며, 골재와 판재가 올곧게 연결되어 알맞은 비례감도 준다. 전체적으로 청빈(淸貧)을 덕목으로 삼은 선비의 일상과 삶에 대한 태도가 잘 녹아든 가구로 보인다. 지금은 층층이 비어 있지만 조선시대에는 어느 문방기구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을 테다. 선비는 사방탁자에 놓인 사랑스런 문방기구를 감상하며 시간 가는 줄 몰랐을 것이다.

전통 목가구의 아름다움을 짧은 글로 다 표현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마침 부산박물관에서는 지난 29일부터 ‘가중기물: 조선의 목가구’라는 주제로 테마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방탁자와 함께 박물관 소장 목가구 50여 점을 관람할 수 있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부산박물관을 찾아 전통 목가구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휴가를 보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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