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獨이 강할 수 있는 비결 밝혀

독일을 오래 취재하고 연구한 영국 베테랑 언론인 존 캠프너(John Kampfner)의 ‘독일은 왜 잘하는가’는 독일의 오늘 그리고 오늘날 세계 속 독일을 정말로 잘 보여주는 책이다. 독일의 저 탄탄함 진지함 회복력 지도력 담대함은 어디서 나오는가?

앙겔라 메르켈(왼쪽) 전 독일 총리가 2021년 12월 퇴임할 때 모습. 오른쪽은 후임 올라프 숄츠 총리. 국제신문 DB

책을 전·후반부로 나눈다면, 많은 독자가 궁금해할 ‘잘하는 독일’ ‘강한 독일’의 상세한 면모는 후반부에 훨씬 많이 나온다. 그런데 독일 현대사와 문화 특성을 간추린 전반부를 주의 깊게 읽고 후반부로 넘어가면, 전체 흐름과 특징이 더 쏙쏙 들어오는 구성이다. 전반부는 ‘제1장 재건과 기억 : 전후 시대의 아픔’ ‘제2장 무티의 따뜻한 포옹 : 메르켈과 동독의 유산’ ‘제3장 물티쿨티 : 이민과 정체성’을 꼽을 수 있겠다.

‘무티’는 엄마를 뜻하며 여기서는 2005년 취임해 2021년 12월 7일 퇴임하면서 역대 최장수 독일 총리 재임 기록(16년간)을 갖게 된 앙겔라 메르켈의 이미지를 일컫는다. ‘물티쿨티’는 다문화(multi-culture)를 의미한다.

4장에서 7장에 이르는 후반부를 잘 들여다보면, 놀랍고 특별한 독일 사회 모습 사례가 쉴 새 없이 등장한다.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보자. 독일 경제는 강하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대비는 빠르다고 할 수는 없어 걱정이기는 한데, 이를 놓고 성급하게 비판하기 전에 자본가와 노동자가 ‘장기적 관점’에서 서로 협의하고 토의하는 독일 사회 시스템을 먼저 살필 필요가 있다. 독일인은 집을 사는 데 집착하지 않는다. 주택이 투기·투자의 수단이 되지 않고 계층 간 사다리 구실도 못 하게 제도를 가꿨기 때문이다(정말 부럽다!).

독일은 사회 갈등과 토론을 거쳐 수많은 난민을 받아들이는 선택을 했다. 독일에는 아직 점포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쇼핑제한법이 있을 만큼 실질 숭상과 절약의 문화가 있다. 베를린 시 정부는 모든 예술가에게 작업실 임대료(연간 700만 유로)를 지원한다. 아쉽게도 여기서 더 많은 사례를 들 수 없다. 다만 이 책이 독일을 막연히 이상적인 나라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히 말해둬야겠다. 책은 독일 사회의 무수하고 심각한 갈등과 문제를 다채롭게 소개한다.

그러면서도 ‘독일이 잘하는’ 이유를 계속 추적한다. “흠이 있음에도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더 강력한 사회적 결속이라는 쌍둥이 목표를 추구했던 사회적 시장 개념”(278쪽), “경제적 성공과 사회적 연대 사이에서 아무런 모순을 느끼지 않는다”(280쪽), “경제 성장과 사회적 포용을 동시에 추구”(306족) 등 설명에 실마리가 보인다. “독일은 수도(베를린)의 1인당 GDP가 국가 전체 1인당 GDP보다 낮은 유일한 국가다. 베를린이 사라지면 독일은 0.2퍼센트 더 부유해진다”(331쪽)는 통계도 흥미롭다. 위기와 갈등을 뚫고 도약해야 하는 한국이 참고할 내용이 많다.